詩選集『시인이여 詩人이여』2012

<시> 연대기年代記

洪 海 里 2008. 7. 26. 07:48

 

연대기年代記

 

洪 海 里

 

봄, 그 금빛 사태

  

아침은 강물소리로 열려
햇살은 금빛, 사태져 흐르고
죽음을 털고 일어서
열기를 더하는 가느란 생명,
짙은 호흡
겨우내 달아오르던
거대한 수목들의 뿌리며
몇 알 구근의 견고한 의지
단단한 밤의 안개를 털며
아픈 파도로 솟았다
청청한 구름을 날리는 하늘,
은밀한 눈짓에서 언뜻 틔어오는
달뜬 사랑의 비밀.
고요 속에 벙그는 다디단 꿈
온 세상은 불밝아
아지랑이로 타오르며
건강하게 웃고 있었다.

 

 

여름, 그 찬란한 허무

 

죽음을 앓던 고통도 허무도
뜨거운 태양 앞에선
한 치의 안개일 뿐.
또 하나의 허탈과
어둠을 예비하고
폭군처럼 몰고 가는 자연의 행진.
가을의 풍요론 황금 하늘을 위해
영혼의 불은 끝없이 타오르고
폭염으로 타는 집념의 숲
무성한 잎들의 요란한 군무소리,
모든 생애를 압도하는
천국의 바람
일상의 타협과 미련을 거부하고
폭풍으로 파도로
새벽의 꿈을 걸르던
경험의 손가락
무거운 열매를 접목하고 있었다.

가을, 그 금간 혁명

 

무성하던 의식의 숲 속
이승의 맑은 노랫가락,
이마에 어리던 어두운 그림자도
인고의 폭풍우에 사라지고
가슴에 타던 불꽃의 해일
한 줌의 금덩이로 남고
맑은 눈썹달의 낭만이
단단한 껍질 속에 구르는
짙은 안개,
생명의 환희는
충만한 내장에 집중한
가장 깊은 꿈.
풀잎도 스러진 산길
허허론 등성일 따라가노라면
모든 관능의 불은 사라지고
기침연습을 하는 나뭇이파리들
금 간 한여름의 혁명.

 

 

겨울, 그 칠흑의 불

 

줄기차던 생명의 노래,
유년의 향그런 이야기들
몸살처럼 물살져 오고
가장 곱고 아름다운 칠흑의 꿈,
그 꿈을 재우는 나무
흐느끼듯 울부짖듯
우주의 악기를 타고 있는
건강한 손가락 가락
하얀 비둘기 떼.
들어 보아라,
저 유연한 날개짓소리
어디서 들려 오는가
어두운 은하의 골짜길 이우는
잠들지 못하는 바다,
무한한 혼을 어둠 속에 묻고
모든 번뇌는 사라져
환상과 지혜도 묻어 버렸다.
또다시 모든 것을 불태울 불씨만
강물이 바다에 안기우듯
한 줌 흙 속에 묻혀 있다.

 

(시집『花史記』19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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