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選集『시인이여 詩人이여』2012

<시> 蘭아 蘭아

洪 海 里 2008. 7. 30. 04:52

 

 

蘭아 蘭아

홍해리(洪海里)

 

 

I
뼈가 없는 네게는
뼈가 있는데,

뼈가 있는 내게는
뼈가 없구나.

II
너는
겨울밤의 비수요
대추나뭇가시
차돌멩이요
불꽃이다.

III
네게는
햇빛으로 피는 평화
햇빛으로 쌓는 역사
햇빛으로 웃는 사랑
햇빛으로 아는 진실
햇빛으로 보는 영혼
햇빛으로 타는 침묵
햇빛으로 엮는 약속이 있다.

네게는
바람으로 오는 말씀
바람으로 맞는 기쁨
바람으로 크는 생명
바람으로 얻는 휴식
바람으로 벗는 고독
바람으로 거는 기대
바람으로 빗는 무심이 있다.

네게는
물로 닦는 순수
물로 아는 절대
물로 사는 청빈
물로 비는 허심
물로 우는 청일
물로 빚는 여유
물로 차는 지혜가 있다.

IV
네 발은 늘 젖어 있고
내 손은 말라 있다.

마른 손으로
너를 안으면
하루의 곤비가 사라지고,

먼 산 위에 떠돌던 별, 안개
바람이 네 주변에 내려,

내 가는 손이 떨리고
마취된 영혼이
숨을 놓는다.

고요 속에 입을 여는
초록빛 보석
살아 있는 마약인 너,  

십년 넘게
네 곁을 지켜도 너는
여전히 멀다.

  (시집『대추꽃 초록빛』19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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