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망도 빛이 돌고
슬픔도 약이 되는
이 지상에 머무는
며칠간
내곁을
꽃 자주빛 그리움으로
감싸주는 그대의 눈빛
아픔도 허기가 져
칼날로 번쩍이는
이 맑은 가을날
그리워라
아아
한줌의 적립(赤立)
이 맑은 가을날에 / 홍해리
백로가 풀잎마다 알을 낳았나
반짝 햇살에 알도 반짝!
알속에 하늘과 바다가 하나다
너무 맑아
그리움이나 사랑 그런게 없다
은은한 인생!
가을 아침 / 홍해리
가을이 오자
탱글 탱글 여무는
부사리의 불알
불알속의 탱탱한 불꽃
불꽃이 담금질 하는 창끝
창끝에 걸린 하늘
하늘의 쪽빛
쪽쪽쪽, 쪽쪽!
갈詩 / 홍해리
우리는 사이에서 존재한다
사이는 너와 나의 관계,
우리 사이에는 중심이 있다
관계가 감각적이라고 웃기지 마라
중심에는 관념의 그물이 있다
그물코를 빠져나가야 속내가 인다
나는 네 속에서 아무것도 아닌 것이 되고
너는 내 속에서 아무것도 아닌 것이 되어라
그물눈은 항상 감겨져 있다
시끄러운 세상사 허망할 뿐
사랑도 아픔도 지워버려라
꿈도 지우고 가을도 지워버려라
술병 속의 백수 같은 인생
슬픔과 아름다움도 지워버려라
아쉽고 안타까워 병을 비우면
꿈이로다, 꿈이로다
눈앞에 어리는 그림자 같은
일순의 꽃철이여!
아아, 가을은 간다.
가을은 간다 / 홍해리
출처 : 시 읽는 마을
글쓴이 : 루피나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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