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화 및 영상詩

파문波紋과 지족知足 / 洪海里

洪 海 里 2008. 11. 18. 09:48

 

 

파문波紋 / 洪海里

1
나무는 서서 몸속에 호수를 기른다

햇빛과 비바람이 둥근 파문을 만들고
천둥과 번개가 아름답게 다듬어

밖으로 밖으로
번져나간다

파문이 멎으면 한 해가 간 것이다

2
잎 나고 꽃 피어 열매를 맺는 동안
속에서는 물이랑을 짓다

열매 떨어지는 소리에, 깜짝,
나무는 일년을 마무리하고

제 옷을 벗어 시린 발등을 덮고 나면
가지마다 악기가 되어

겨울을 노래 부를 때
하늘도 투명한 파문이 이는 호수가 된다.

 

 

 

 

지족知足 / 洪海里


 

나무는 한 해에 하나의 파문波紋을 제 몸속에 만든다.

그것이 나무의 지분知分이다.

더 이상 흔들리지 않는다.

나무는 홀로 자신만의 호수를 조용히 기르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