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화 및 영상詩

[스크랩] 홍해리 시집 ‘비타민시’에서

洪 海 里 2008. 11. 20. 06:56

 

♧ 서귀포 천지연의 담팔수는 천연기념물


담팔수(膽八樹)는 담팔수과에 속하는 상록관목으로 키가 약 20m까지 자란다.

잎은 어긋나지만 때때로 모여 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하는데, 윗면은 진한

초록색이고 광택이 나며 잎 가장자리에는 끝이 둔한 톱니들이 있다.


꽃은 아주 연한 노란색이고 7월에 잎 가장자리에서 나온 총상꽃차례에

10~20송이씩 무리져 핀다. 열매는 핵과로 9월에 검푸른 색으로 익는다.

연평균기온이 15℃ 이상인 곳에서만 자라 우리나라에서는 제주도에서만

볼 수 있는데, 서귀포 천지연의 나무는 천연기념물 제163호로 지정되어 있다.

                                                                         (申鉉哲 글)


 

♧ 김석준의 ‘홍해리론’에서


 대저 시인이란 어떠해야 하는가. 무릇 시인이란 어떤 부류의 인간형인가. 시인이 시인을 사유할 때, 시인이란 기표는 무엇을 지시 표상하는가. 도대체 어떤 시의 삶을 살아야만 진정한 시인이라고 말할 수 있는가. 시인은 아이다. 시인은 시대의 바깥이다. 시인은 무소유다. 시인은 그저 시 속에 파묻혀 시만 생각하는 자이다.


  뮤즈-자연에 저당 잡힌 채, 차용증과 각서를 쓰는 시인. 자연과 자연이 펼쳐놓은 문양을 아름답게 승화시키는 시인. 그 시인이 홍해리가 아닌가. 영혼이 맑고 투명한 시인. 자연을 시말로 치환시키는 시인. 그 시인이 바로 홍해리가 아닌가. 시와 시적 삶을 위해 온 마음을 바친 시인. 세월과 삶 전체를 시 속에 녹여낸 시인. 바로 그 시인이 홍해리가 아닌가. 시와 시인과 시말을 위해서 한 평생을 바친 홍해리라는 시인. 洪海里라는 원문자와 메타기호를 찾아 한평생을 허비한 시인. 그가 바로 홍해리가 아닌가.

 

 

♧ 낙엽을 밟으며


개벽의 울음에서

묵연한 적멸까지

이승에서 저승인데

내가 가야 할 길

한 치 앞이 천리인가 만리인가

피는 아직 시커멓게 울어도

아무것도 보지 못하고

듣지 못하는

앉은뱅이야

천년만년 살 것처럼 하지 마라.


소리 없이 세상 열고

조용히 흔들리다

그냥 떨어져 내리는

화엄의 경을 보라

상처 없이 물든 이파리가 있는지

느티나무에서 옻나무까지

한평생 눈물로 씻고 울음으로 삭인

한 잎 한 잎 사리로 지는데

함부로 밟지 마라

낙엽만도 못한 인생들아.


 

♧ 일탈逸脫


     1


  귀 눈 등 똥

  말 멱 목 발

  배 볼 뺨 뼈

  살 샅 손 숨

  씹 이 입 좆

  침 코 턱 털

  피 혀 힘---


  몸인 나,

  너를 버리는데 백년이 걸린다

  그것이 한평생이다.


     2


  내가 물이고

  꽃이고 불이다

  흙이고 바람이고 빛이다.


  그리움 사랑 기다림 미움 사라짐 외로움 기쁨 부끄러움


슬픔 노여움과 눈물과 꿈, 옷과 밥과 집, 글과 헤어짐과


아쉬움과 만남 새로움 서글픔

  그리고 어제 괴로움 술 오늘 서러움 노래 모레 두려움


춤 안타까움 놀라움 쓸쓸함

  (내일은 없다)

  그리고 사람과 삶, 가장 아름다운 불꽃처럼

  우리말로 된 이름씨들 앞에서

  한없이 하릴없이 하염없이 힘이 빠지는 것은

  아직 내게 어둠이 남아 있기 때문일까

  한 그릇의 밥이 있어서일까

  일탈이다, 어차피 일탈逸脫이다.

 


♧ 가을 산에서

 - 우이시편 8


혼백을 하늘로 땅으로 돌려보낸

텅 빈 자궁 같은, 또는

생과 사의 경계 같은

가을 산에 서 있었네

지난 봄 까막딱따구리가 파 놓은

오동나무 속 깊이

절 한 채 모셔 놓고

가지에 풍경 하나 달아 놓았네

감국 구절초 쑥부쟁이에게

안부를 남기고

물이 만들고 간 길을 따라

내려오다 보니

무장무장

먼 산에 이는 독약 같은 바람꽃

맑은 영혼의 나무들이 등불을 달고

여름내 쌓인 시름을 지우고 있었네

서리 내릴 때 서리 내리고

스러지는 파도가 다시 일어서는 것처럼

지나간 세월이 내일의 꿈이 될 수 있을까

먼 길이 다가서는 산에 혼자 서 있었네.

 


♧ 어둠의 힘


어둠이 빛인 줄 안다면

세상을 밝히는 것은 빛이 아니라

빛의 밝은 힘이 아니라

어둠의 힘이라는 걸 알게 되리

나무도

하늘 가까이 가는 것은 우듬지이지

우듬지에 별이 걸리고

별이 너를 비춰주고 있지만

결국 하늘에 가 닿는 것은

우듬지가 아니라 뿌리다

뿌리가 나무로 들어가

우듬지를 곧추세워야, 비로소

나무는 하늘에 닿는다

그러니 하늘에 닿는 것은 뿌리다

뿌리의 힘이다.

 

 

♧ 여자를 밝히다


여자를 밝힌다고 욕하지 마라

음란한 놈이라고

관음증 환자라고 치부하지 마라

입때껏 치부를 한 것도 없고

드러낼 치부도 하나 없다

여자를 활짝 핀 꽃 같이 밝혀주는 것은

무엇일까

환한 대낮같이 열어주는 것은 무엇인가

어둔 길을 갈 때

등롱을 들듯

꽃이라도 들어야 하는 것인가

등명접시 받쳐 놓고

불을 댕길 일인가, 아니지,

여자는 스스로 열리는 호수

환하게 빛나는 대지라서

하늘 아래

세상에서 여자를 밝힐 일은 없다.


 

♬ 사랑하는 이를 위한 팝 발라드 (15곡)

 

출처 : 김창집의 오름 이야기
글쓴이 : 김창집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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