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 피는 밤 창가에서
洪 海 里
창은 기억의 꽃이 피는 항구
기억이 소유하는 그리운 사람들이
의식의 까마귀를 날리며
무시로 목선을 타고 출항한다
암흑의 바다 위로
사상의 골편들이 무겁게 떠오르는
영혼은 하늘 가득 날아갔다가
언제나 자유를 노래하며 돌아온다
바람이 뽀얀 배꼽을 내놓고
영혼의 안경을 닦고 있으면
의식의 내면으로 흐르는 물결 따라
꽃은 화안히 대낮처럼 열린다
신들은 돌다리 밑에서 미역감으며
값싼 철학으로 영혼의 피부를
끝없이 문지르고 있다
항아리는 어둠의 여울목에서
무게 많은 감정의 달을 잉태하고
그 차가운 달 측면의 감촉으로
가슴을 여는 밤구름
깊은 사유의 중간쯤
나의 방황은 태동을 느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