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蘭
洪 海 里
삼경 이르러 네 곁에 서면
어디서 먹 가는 소리 들리고
꽃빛 심장을 드러낸 바람과
바닷소리도 홀홀 날려 오느니.
별과 달과 모래알과
나뭇등걸이 모여
정한 물 한 대접에
얼굴을 비추어 보고 있다.
소리없이 부르는 노래
동양의 고전이여,
움직이지 않는 춤
초록빛 의미로 쌓는 꿈이여.
일어서다 스러지고
스러지다 일어서는
타다 남은 장작개비와
휴지조각들의 꿈을 위하여,
진홍의 혓바닥과
은빛 날개,
나부끼는 가는 허리
겨울밤을 홀로서 깨어 있느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