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랭이꽃
- 어머니의 인사
김 한 순
상가 뒷산에 핀
패랭이꽃 한 송이
문상간 나에게
미소 짓고 있었네.
어서 와요,
잘 왔어요!
이곳은 참으로 따뜻한 곳이예요.
난 잘 있다 가요.
저녁 햇살에 미소 띄우는
패랭이꽃 한 송이,
상가 뒷산에서
반겨 주고 있었네.
패랭이꽃 한 송이
- 김한순 시인에게
洪 海 里
어머니 가셔서
온통 세상이 적막한데,
아버지 할아버지 증조부 고조부 계신
잔디마당
패랭이꽃 말없이 피어 있었다.
스물세 해 기다리며
쓸쓸한 세월의 사랑으로
아버지가 피워 올린
패랭이꽃이 문상객을 맞고 있었다.
숱한 자식들 다 어디 있는지
패랭이꽃만 피어서
한적한 산자락을 지키고 있었다.
삶과 죽음의 명암도
꽃 앞에선
안팎이 빛이고 어둠일 뿐,
패랭이꽃만 말없이 피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