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음소심觀音素心
그녀는 하루에도 몇 번씩 나를 살해한다
정수리에 총을 쏘기도 하고
비수를 가슴에 꽂기도 한다
눈물로 나를 익사시키기도 하고
악, 소리치며 물러서게 한다
그녀는 발가벗고 있다
온몸이 젖빛으로 흐르고 있다
눈과 둔부가 젖어 있다
손가락과 마음도 젖어 있다
그녀의 샅에서 물 흐르는 소리 들린다
나는 그녀를 감싸 안는다
초록빛이 죽음 속에 감돌고 있다
희망은 늘 등뒤에 있어도
다스릴 수 있는 절망의 물빛으로
그녀는 꽃을 피운다
지상의 모든 빛이 다 모여
불꽃을 피우고 있다
찬란한 해산이다
고요의 북이 울리고
소심素心이 피고 있다 .
(『푸른 느낌표!』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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