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시집『금강초롱』(2013)

산벚나무 꽃잎 다 날리고

洪 海 里 2009. 2. 5. 06:44

산벚나무 꽃잎 다 날리고 
은적암隱寂庵에서


洪 海 里


      

 

꽃 지며 피는 이파리도 연하고 고와라
때가 되면 자는 바람에도 봄비처럼 내리는
엷은 듯 붉은 빛 꽃이파리 이파리여
잠깐 머물던 자리 버리고 하릴없이,
혹은 홀연히 오리나무 사이사이로
하르르하르르 내리는 산골짜기 암자터
기왕 가야할 길 망설일 것 있으랴만
우리들의 그리움도 사랑도 저리 지고 마는가
온 길이 어디고 갈 길이 어디든 어떠랴
하늘 가득 점점이 날리는 마음결마다
귀먹은 꽃 이파리 말도 못하고 아득히,
하늘하늘 깃털처럼 하염없이 지고 있는데
우리들 사는 게 구름결이 아니겠느냐
우리가 가는 길이 물길 따르는 것일지라
흐르다 보면 우리도 문득 물빛으로 바래서
누군가를 위해 잠시 그들의 노래가 될 수 있으랴
재자재자 끊임없이 흘러가는 물소리 따라
마음속 구름집도 그냥 삭아 내리지마는
새로 피어나는 초록빛 이파리 더욱 고와라.
 

 

-『푸른 느낌표!』(2006, 우리글)

'꽃시집『금강초롱』(2013)' 카테고리의 다른 글

봄[春]꽃과 꽃봄[見]  (0) 2009.02.05
청명淸明   (0) 2009.02.05
연꽃바다 암자 한 채  (0) 2009.02.05
난이여 그대는   (0) 2009.02.05
몸 닿지 않는 사랑   (0) 2009.02.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