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시집『금강초롱』(2013)

개화開花

洪 海 里 2009. 2. 5. 15:38

개화開花


바람 한 점 없는데
매화나무 풍경이 운다

아득한 경계를 넘어
가도가도 사막길 같은 날
물고기가 눈을 뜬다
한 땀 한 땀 수를 놓듯
꽃 피는 소리에 놀라
허공에서 몸뚱이를 가만가만 흔들고 있다
꽃그늘에 앉아
술잔마다 꽃배를 띄우던
소인묵객
騷人墨客
마음 빼앗겨
잠시 주춤하는 사이
뼈만 남은 가지마다
폭발하는,

오오, 저 푸른 화약
花藥 내!


 

(『황금감옥』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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