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평론·시감상

<詩> 가벼운 바람 / 洪海里 : 손소운 시인

洪 海 里 2009. 4. 4. 05:58

  

네델란드 화가 Alma-Tadema (1836-1912)의 그림 '시 읽는 여인들'

 

  

가벼운 바람 / 洪海里

  

사람아

사랑아

외로워야 사람이 된다 않더냐

괴로워야 사랑이 된다 않더냐

개미지옥 같은 세상에서

살얼음판 같은 세상으로

멀리 마실갔다 돌아오는 길

나를 방생하노니

먼지처럼 날아가라

해탈이다

밤안개 자분자분 사라지고 있는

섣달 열여드레 달을 배경으로

내 生의 무게가 싸늘해

나는 겨자씨만큼 가볍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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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감상후기

한 편의 감동을 주는 시는 홍해리 시인께서  날마다

새벽 세시경 아직 밤 속 적막에 갇혀 있는 세란헌洗蘭軒 어둠 속에서

줄창 귀북이 울리는 청아한 시심의 맑은 사유의 고요 속에서

찻(茶)물 우려내며 쓰신 우주를 비추는 별 같은 시 입니다.

2008년 10월 28일 펴낸 홍해리 시선집『비타민 詩』69족에 있는 시입니다.

 

항상 자연 속에서 진솔한 삶에 관한 성찰과 조응을  인간적인 온기 속에서

사유하며 감성적 태도를 보이고 있는 그의 고아롭고 승화된 절대적인

숭고한 시정신은 참으로 존경스럽고 아름답기까지 합니다

 

영혼이 맑고 늘 겸손하며 오직 자연을 시말로 치환시키고 있는 홍해리 시인!

생의 일상을 시답게 살아가는 시인다운 시인, 홍해리 시인!

이 분이 위의 시에서 마지막으로 정리하는 해명에서처럼

가벼운 겨자씨 만큼 싸늘하게 가벼워지는 무게의 생으로

기화해 버릴 수 있는 해탈의 시적인 표상은 

무소유의 아름다운 인간적인 의미가 아니겠습니까?

 

거대한 자연 속에서 응고되는 몰아일체의 시적 감성과 언어는 

정말 서정적 동감의 시적 문양입니다.

존경합니다. 그래서 나는 홍해리 시인을 사랑합니다.

그래요, 가볍게 가볍게  '마음 버리면 모두 가득해 지겠지요.'  

 

글 / 손소운

 

* 손소운(孫素雲) 님의 블로그 <사색의 뒤안길>에서 옮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