洪海里 詩 다시 읽기

<詩> 뻐꾸기

洪 海 里 2009. 4. 24. 20:05

뻐꾸기

 

洪 海 里

 

 

뻐꾸기가 몰래 탁란托卵을 한 새끼

오목눈이 새끼들이 줄탁啐啄도 하기 전

둥지 밖으로 다 밀어내 버리고

오목눈이 둥지보다 더 크게 자란 새끼

둥지 위에 턱 올라 앉아

큰 입을 딱딱 벌리고 있다

까만 부리 빨간 입 속으로 먹이가 계속 들어간다

먹이 물어 나르기에 힘이 부친 오목눈이 어깨 위로

긴긴 해가 저물고 있다

'이소離巢하라, 이소하라!'

어미는 계속 주변을 맴돌며 뻐꾹거리고

부잣집의 잘난 자식들이

늙은 부모 동남아 관광시켜 드린다고

현지에 가 버리고 온다는데

그렇지 때가 되면 빨리 이소해야지

'홀딱 벗고 홀딱 벗고'

사랑도 번뇌도 미련도 다 버리라고

먼 먼 동남쪽 하늘에서

아침부터 저녁까지 검은등뻐꾸기

'홀딱 벗고 색즉시공色卽是空,

홀딱 벗고 공즉시색空卽是色'

하루 종일 주문을 외는 소리에

쯧쯧 혀를 차는 뻐꾹채 눈시울이 붉다.

 

      - 계간『딩아돌하』(2008, 가을호, 제8호)

 

 

* 뻐꾹채 : 높아 30~70cm. 꽃은 6~7월에 홍자주색으로 핌.

 

 

* 줄탁啐啄 : 병아리가 부화되기 전에 안에서 껍질을 쪼는 것을 '줄'이라 하고
어미닭이 쪼는 것을 '탁'이라 하는데
이것이 함께 이루어져야 부화가 가능하다는 비유에서 나온 고사성어로 '줄탁동시啐啄 同時'가 있음.
             - [벽암록]

* 곧 뻐꾸기가 와 모 심는 근처 산에서 뻐꾹거릴 것이다.
'뻐꾸기', '벙어리뻐꾸기', '검은등뻐꾸기' 모두가 탁란을 하는 얄미운 새들이긴 하지만 그래도 귀여운 새들이다.
뻐꾸기 가운데 검은등뻐꾸기의 우는 소리는 좀 야하기도 하고 재미도 있다.
           - 隱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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