洪海里 詩 다시 읽기

<시> 비천한 봄날

洪 海 里 2009. 4. 26. 03:35

비천한 봄날

 

洪 海 里

 

 

얼마나 비루한 삶이었던가

 

돈에게 굽히고 힘 앞에서 쩔쩔매고

세월에 네월에 설설 기다 보니

내 허리가 허리가 아니었구나

굽신거린 생도 한세상이란 말씀인지

이제는 굽신대지 말고 살라고

허리에 털도 없는 탈이 나셨다

3·4번 요추에 인공관절 집어넣고

보형물을 고정시키고 나니

꽃도 피우지 못하는 몸이 꼿꼿해졌어

이제는 칼 앞에서도 굽히지 않고

꼿꼿이 서서 밥을 먹는 나

잠도 반드시 반듯이 누워 자느니

머리에서 다리까지 잇는 허리가

나를 선달로 만들어 놓아

비어 있는 의자가 나를 부르네

 

환한 봄날 비루한 생에게 딴죽이나 걸어 볼까, 에루화!

 - 월간『우리詩』(2008. 6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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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천한 봄날

洪 海 里


얼마나 비루한 삶이었던가
돈에게 굽히고 힘 앞에서 쩔쩔매고
세월에 네월에 설설 기다 보니
내 허리가 허리가 아니었구나
굽신거린 생도 한세상인데
이제는 굽신대며 살지 말라고
허리에 털이 아닌 탈이 나셨다
3·4번 요추에 인공관절 집어넣고
보형물을 고정시키고 나니
꽃도 피우지 못하는 몸이 꼿꼿해졌다
이제는 칼 앞에서도 굽히지 않고
꼿꼿이 서서 밥을 먹는 나
잠도 반드시 반듯이 누워 자느니
머리에서 다리까지 잇는 허리가
나를 선달로 만들어 놓아
서 있는 달처럼 가지도 못하는데
비어 있던 중심이 나를 부르네
딴죽이나 걸어 보는 환한 봄날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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