洪海里 詩 다시 읽기

<詩> 수술실에 들어가며

洪 海 里 2009. 4. 27. 05:03

수술실에 들어가며

 

 洪 海 里

 

 

이것이 너와 나의 마지막

우주의 종말일 수도 있음을 기억하라

나는 작디작은 먼지 알갱이 하나

우주의 무한공간을 떠돌다

지구 한구석에 잠시 머물고 있나니

빛이여

우리가 다시 만날 수 있을까

이제 끝없는 블랙홀로 빠져드노니

작은 풀꽃들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먼지 알갱이가 품고 있는 바람과 하늘과 바다여

그대를 향한 그리움이 얼마나 절절하랴

내가 너를 다시 보지 못하고

네 여린 손목을 다시 보듬어 보지 못한다면

저 문이 다시 열린다 한들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지구는 굴러가지 못하리니

미안하다 고통과 절망의 세월이여

그래도 내일은 태양이 떠오르고

파도 소리를 잠재운 소금밭에서는

소금꽃이 영롱하게 영글 것이다

지상에서 산 자들은 기름진 사랑을 나누고

연어 떼는 모천을 찾아

불원천리 여행을 할 것이니

오 빛이여, 새 생명의 어머니여

지구는 영원을 향해 굴러가리라

새들은 고운 목소리로 생명을 노래하리라.

 

(월간『우리詩』2008. 8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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