洪海里 詩 다시 읽기

<詩> 시가 죽이지요

洪 海 里 2009. 4. 24. 12:06

시가 죽이지요

 

洪 海 里

 

 

시가 정말 죽이네요

시가 죽인다구요

 

내 시가 죽이라니

영양가 높은 전복죽이란 말인가

시래기죽 아니면 피죽이란 말인가

무슨 죽이냐구

식은 죽 먹기가 죽이지요듯 읽어치울 만큼 하찮단 말인가

내 시가 뭘 죽인다는 말인가

닥달하지 마라

죽은 밍근한 불로 천천히 잘 저으면서 끓여야

제 맛을 낼 수 있지

벼락같이 쓴 시가 잘 쑨 죽맛을 내겠는가

죽은 서서히 끓여야 한다

뜸 들이는 동안

시나 읽을까

죽만 눈독 들이고 있으면

죽이 밥이 될까

그렇다고 죽치고 앉아 있으면

죽이 되기는 할까

쓰는 일이나 쑤는 일이나 그게 그거일까

젓가락을 들고 죽을 먹으려 들다니

죽을 맛이지 죽 맛이 나겠는가

저 말의 엉덩이같은 죽사발

미끈 잘못 미끌어지면 파리 신세

빠져 나오지 못하고 죽사발이 되지

시를 쓴답시구 죽을 쑤고 있는 나

정말 시가 죽이 되어 나를 죽이는구나

쌀과 물이 살과 뼈처럼

조화를 이루어야 맛있는 죽이듯

네 시를 부드럽고 기름지게 끓이거라

 

시가 정말 죽이네요

시가 죽인다구요

 

 (계간『딩아돌하』2008, 가을호 제8호)


* 제일 먼저 <詩粥>을 쑤는 작품부터 되돌아보기로 한다.
'쇠죽'이 아니라 '詩粥'을 쑤자. '시를 쓰자!', '죽을 쑤자!'
제목「시가 죽이지요」뒤에 '!'를 찍을까 아니면 '?'를 세울까.
느낌표냐 아니면 물음표냐에 따라 의미가 전혀 다른 작품이 될 수 있다.
이러다 보면 시가 말장난으로 끝날 수도 있다.
그래도 시는 읽는 재미가 있어야 한다.
죽이지 말라, 詩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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