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정곡론正鵠論』(2020)

<시> 몸을 바치다

洪 海 里 2009. 5. 18. 05:21

 

몸을 바치다

 

洪 海 里

 

 

몸을 바친다

몸을 준다는 게 무엇인가

사는 것이 몸을 파는 일

몸을 사는 일이니

어미는 자식에게 몸을 주고

아비는 한평생 몸을 바친다

어제는 밥에게 몸을 팔고

오늘은 병에게 몸을 준다

그는 돈에 몸을 사고

너는 권력에 몸을 바친다

술집거리에서

웃음을 팔고

몸을 주는 사람들 욕하지 마라

돈을 받고 몸을 팔았다

몸을 샀다고

내 것이 되는 것도 아니다

바람은 스쳐 지나가고

물은 흘러가면 그만이지만

살아 남기 위하여

그대는 웃음으로 몸을 팔지 않는가.

 

 


 

'어버이 날', '스승의 날', '5·18기념일'을 보내면서 몸이란 것에 대한 생각을 다시 하게 되었다. 

내가 자식들에게, 제자들에게 몸을 주기는 주었던가?

나라를 위해서 몸을 바치기는 했던가?

내가 진정 부모였고 스승이었던가? 진정한 이 나라의 백성이었던가?

몸이란 무었인가? 가장 복잡하고 아름답고 위대한 우주가 아닌가?

그런데 내 몸은 내 것인가, 아니면 누구의 것인가?

오늘은 무엇을 위해, 누구를 위해 이 몸을 팔 것인가, 바칠 것인가?

'몸 사요!' 하고 외쳐도 돌아다보는 사람 하나 없으니 이 몸이 무엇인가?

'몸 사세요, 몸을 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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