洪海里 詩 다시 읽기

<시> 황태의 꿈

洪 海 里 2009. 6. 1. 11:23

 

♧ 황태의 꿈 - 홍해리洪海里


아가리를 꿰어 무지막지하게 매달린 채

외로운 꿈을 꾸는 명태다, 나는

눈을 맞고 얼어 밤을 지새고

낮이면 칼바람에 몸을 말리며

상덕 하덕에 줄줄이 매달려 있는

만선의 꿈

지나온 긴긴 세월의 바닷길

출렁이는 파도로 행복했었나니

부디 쫄태는 되지 말리라

피도 눈물도 씻어버렸다

 

 

 

갈 길은 꿈에서도 보이지 않는

오늘밤도 북풍은 거세게 불어쳐

몸뚱어리는 꽁꽁 얼어야 한다

해가 뜨면

눈을 뒤집어쓰고 밤을 지샌 나의 꿈

갈갈이 찢어져 날아가리라

말라가는 몸속에서

난바다 먼 파돗소리 한 켜 한 켜 사라지고

오늘도 찬 하늘 눈물 하나 반짝인다

바람 찰수록 정신 더욱 맑아지고

얼었다 녹았다 부드럽게 익어가리니

향기로운 몸으로 다시 태어나

뜨거운 그대의 바다에서 내 몸을 해산하리라.

                               (『우리詩』2009, 2월호)


   * 김창집 선생의 블로그(http://blog.daum.net/jib17)에서 옮김.

 

 

* <洪海里 詩 다시 읽기>에는 내 자신을 되돌아보기 위해 아직 시집에 넣지 않은 작품을 올리고 있습니다.

 

세상이 엉망이다.

따라서 나도 엉망이다.

방향이 없다. 사공만 많아서 소리, 소리, 개소리를 지르고 있다.

개만도 못한 것들이 개나 된 것처럼 울부짖고 있다.

광적으로 선동하고 단순하고 순진하게 넘어가는 참으로 열광적인 국민이다.

너무 똑똑한 것일까, 아니면 지나치게 무지하고 무식한 것일까?

과똑똑이라는 말이 있고, 過猶不及이라는 말도 있지 않은가?

그래도 지구는 돌 것이고 내일도 해는 떠오를 것이다.

성숙한 민주주의를 향한 진통의 과정이라고 생각하면 참으로 편하다.

언제 배부르고 등 따수운 봄은 올 것인가?

 

"갈 길은 꿈에서도 보이지 않는

오늘밤도 북풍은 거세게 불어쳐

몸뚱어리는 꽁꽁 얼어야 한다"

 

그래야 제정신이 날 듯하다.

아니, 그래도 정신을 못 차릴 것 같다.

 

"오늘도 찬 하늘 눈물 하나 반짝인다

바람 찰수록 정신 더욱 맑아지고

얼었다 녹았다 부드럽게 익어가리니"

 

오늘도 나는 꽁꽁 얼고 싶다. 

얼어서 사지가 모두 터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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