洪海里 詩 다시 읽기

<시> 절창을 위하여

洪 海 里 2009. 6. 14. 05:21

절창을 위하여

 

洪 海 里

 

맨밥만 먹고 나온

매미 한 마리 매화나무에 날아와

무엇을 낚으려는지

소리그물을 허공에 펼치고 있다

푸른 하늘 흰구름이나

우렁우렁 고요를 낚아 무엇을 할 것인가

홀연 먹장구름이 몰려 오고

무거운 바람 한 자락 날개 걸치자

하늘에서 폭포가 쏟아져 내린다

먹물을 뒤집어쓴 매미

남은 생애를 위하여

젖은 날개를 비벼댈 때

반짝 비치는 햇살 사이사이

일제히 퍼붓는 소리폭포 이어

일순 적요가 푸른 그늘을 펼친다

한평생이 소리 한 자락으로

하루처럼 저무는 매미의 생애

어디 절정이 있기나 할 것인가

매미명창의 소리 자락이 절창이다

땅속에서 득음을 하고 나왔는지

소리하는 것이 벌써 목이 틔어

듣고 있던 풍경붕어가 추임새를 날린다

얼씨구, 좋고, 으이!

그늘자리로 기어올라 자리를 잡은 매미

바람고수 북장단에 다시 목을 뽑고

잠깐잠깐의 아니리에 이어지는 창唱으로

귀마다 길이 나 명창明窓이 되니

소리그물에 걸린 것은 아무것도 없다.

 

 

 

 

 

* <洪海里 詩 다시 읽기>에는 아직 시집에 싣지 않은 작품을 자신을 되돌아보기 위하여

다시 올리고 있습니다.

 

「절창을 위하여」는 작년 이맘때쯤 쓴 것입니다.

올해는 아직 매미가 오지 않았습니다.

아마 지금쯤 땅속에서 올라오느라 무진무진 애를 쓰고 있을 겁니다.

우리들의 한평생을 하루살이에 비유하곤 합니다.

지상에서의 매미의 일생도 다를 바가 없습니다.

판소리하는 이들은 목에서 피가 나도록 몇 년씩 목과의 전쟁을 치뤄야 한다고 합니다.

매미는 이미 땅속에서 득음을 하기 위해 수 년간의 수련을 거쳐 목을 얻고 나오는 듯합니다.

며칠 있으면 매화나무 밑둥에 빈집을 달아 놓고 나뭇가지에 자리를 잡고 앉아

소리 한 자락 펼치는 것을 보게 될 것입니다.

내 시는 언제 목이 틔어서 시원하게 들릴 수 있을까 모릅니다.

언제 귀명창들을 모시고 서편제/동편제 같은 시 한 편 뽑아 볼 수 있을까!

매미 울음만도 못한 글을 시랍시고 끄적거려 놓고 매미가 오기를 기다려 봅니다.

* 매미가 귀엽다 하여 '嬋娟선연'이라고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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