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화 및 영상詩

<시> 하지夏至

洪 海 里 2009. 6. 22. 05:35

                                                                                                                    * 흰등심붓꽃

 

 하지

 

 洪 海 里

    

낮이 길어질수록

바다에서 왔던 햇빛들이

하나씩 돌아가고 있다.

골목길마다

끌려가는 사내들의 꽁무니에

뼈 없는 일상이 흔들리고,


살로 걸어가는 사내들

플라타너스 그늘에서

마른 이야기를 건네는

젖은 바람의 손을 잡고 있다.


드디어

바다 속에 죽어 있던 여자들이

살아나와

물구나물 서고 있다.


가장 굵고 튼튼한 그림자를 던지는

가장 길고 건강한 사랑도

허허허! 하며 먼지를 털고 있다.


헛된 비만 때 아니게

싸움에 지쳐 돌아가는

뜨거운 강의 등줄기를 내려치고 있다.

                   (시집『花史記』1975, 시문학사)

 

* 김창집 님의 블로그 http://blog.daum.net/jib17 에서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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