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귀나무송頌
洪 海 里
저녁나절
몽롱이 취한 여자가
연분홍 실타래를 풀었다 말았다
동양을 꿈속에 잠그고 있다.
등에 물을 끼얹으며
씻을 데 다 씻고 나서
한 사내의 넋을 불러내고 있다.
손마디 마디 녹아내린
밤바람
어둠 속에서 달덩일 안고
죽어가듯이
풀과 하늘과 벌레를 수놓으면서
정한 슬픔을 날리고 있다
저도 모르게 침 흘리는 사내 하나
깔깔대며 숱한 새 떼를
저녁 하늘에 날리고 있다.
다 잠드는 지구 위에
이슬은 고이 나려
사랑하는 이의 꿈을 적시고
드디어 동양을 꽃피우고 있다.
(시집『花史記』1975)
* 김창집 님의 블로그(http://blog.daum.net/jib17)에서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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