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화 및 영상詩

<시> 자귀나무송頌

洪 海 里 2009. 6. 15. 05:18

 

 자귀나무송

 

洪 海 里

    

저녁나절

몽롱이 취한 여자가

연분홍 실타래를 풀었다 말았다

동양을 꿈속에 잠그고 있다.

등에 물을 끼얹으며

씻을 데 다 씻고 나서

한 사내의 넋을 불러내고 있다.


손마디 마디 녹아내린

밤바람

어둠 속에서 달덩일 안고

죽어가듯이

풀과 하늘과 벌레를 수놓으면서

정한 슬픔을 날리고 있다


저도 모르게 침 흘리는 사내 하나

깔깔대며 숱한 새 떼를

저녁 하늘에 날리고 있다.

다 잠드는 지구 위에

이슬은 고이 나려

사랑하는 이의 꿈을 적시고

드디어 동양을 꽃피우고 있다.

                 (시집『花史記』1975)

 

* 김창집 님의 블로그(http://blog.daum.net/jib17)에서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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