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꿀벌과 벌꿀 - 홍해리(洪海里)
나는 너
너는 나
그럴 수만 있다면
이 숨막히는 햇빛 속에
꽃은 최고 통치자의 고독처럼 피어 있지만
그 절정의
꿀같은 입맞춤의 순간이 지나면
낙하하는 꽃은
영원한 현실의 실존
변하지 않는
변할 수밖에 없는…
푸르른 이파리들이 가지 끝마다
잔치를 벌이고 있는 것을 보면
보이지 않는
부지런한 손의 움직임이
꿈 같은 세월의 끝을 잡고 있음을
알겠네.
(시집『투명한 슬픔』1996)
* 김창집 님의 블로그(http://blog.daum.net/jib17)에서 옮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