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낭송· 번역시

[스크랩] 시인이여 시인이여 / 洪 海 里(낭송:박혜정)

洪 海 里 2009. 8. 21. 20:02

 

 

 

                    

시인이여 시인이여
-詩丸                           

                         洪 海 里  (낭송:박혜정)

 

 



말없이 살라는데 시는 써 무엇 하리
흘러가는 구름이나 바라다볼 일
산속에 숨어 사는 곧은 선비야
때 되면 산천초목 시를 토하듯
금결 같은 은결 같은 옥 같은 시를
붓 꺾어 가슴속에 새겨 두어라.

시 쓰는 일 부질없어 귀를 씻으면
바람소리 저 계곡에 시 읊는 소리
물소리 저 하늘에 시 읊는 소리
티없이 살라는데 시 써서 무엇 하리
이 가을엔 다 버리고 바람 따르자
이 저녁엔 물결 위에 마음 띄우자

 

------------------------------

 

                            

시인에게, 또는 그대에게



시끄러운 세상에서 시인이 할 일이 무엇인가
시나 쓰고 있어야 할 것인가
자연과 우주가 모두 시이다
자연과 우주가 모두 시를 쓴다
시를 읊는다
때가 되면 산천초목이 모두 시를 쓴다
자연의 시는 금과 은이나 옥 같은 아름다운 시다
시인은 이제 붓을 꺾고 자연의 시를 가슴속에 새겨라
남자와 여자를 상징하는 바람과 물, 하늘과 계곡이 모두 시를 읊고 있다
저 바람과 물이 시를 읊는 소리가 들리지 않는가
하늘과 계곡이 모두 귀를 기울이고 있지 않는가
시인아, 이제 말없이 티없이 구를처럼 살아라
바람처럼 살아라
물처럼 살아라


 

 

 

<시환詩丸>



"우리 옛 시인들은 괴로운 일이나 슬픈 일을 시(詩)로 쓰고
그 시를 쓴 종이를 찢어 환약(丸藥)처럼 똘똘 말아 환(丸)을 만들었다.
이 종이환을 시환(詩丸)이라고 불렀다.
그리고 이 시환을 냇가나 강가에 앉아
흐르는 물에 떠내려 보내고 괴로운 일을 잊곤 했다.

잊는다 하지만 어찌 시환을 흐르는 물에 떠내려 보낸다고 잊어지겠는가
그러나 우리 선조들은 이처럼 잊고 싶은 일이 있거나
증오ㆍ원한ㆍ시샘ㆍ불화를 씻고 싶을 때
그 사연을 적은 종이로 시환처럼 만들어 물에 떠내려 보냈다.
냇가에 사는 사람은 시냇물에
강가에 사는 사람은 강물에
바닷가에 사는 사람은 바다에.

무당들이 불행이나 병환을 낫게 할 목적으로
그 액살을 적어놓은 부적을 작은 배에 실어
냇가나 강가, 바닷가에서 떠내려 보내는 것도 같은 이치에서였다.
감옥소에서 나온 자식을 냇가나 강가에 데려다가 발을 씻게 하는 행위라든가
죽을 때도 흐르는 물에 몸을 던져 죽는 것도 같은 생각에서다.

이처럼 우리에게 있어 ‘흐르는 물’은 감정적인 것, 정신적인 것,
심지어 생명까지도 씻어 없애고 썩어 문드러지게 하는 정화작용을 했다.
세월을 ‘흐르는 물’이란 뜻으로 유수(流水)와 같다고 했다.
그 무엇이건 ‘흐르는 물’에 버리면 흘러 사라지고
썩어 문드러진다는 것이 한국인들의 전통적 사상이었다."

 

 

 

 

 




출처 : 삶을 시처럼 시를 삶처럼
글쓴이 : 유진 원글보기
메모 :

* 2012년 설날 아침 : http://blog.daum.net/jib17에서 옮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