洪海里 詩 다시 읽기

[스크랩] 冬菊 외 / 홍해리 시집『投網圖』1969 에서

洪 海 里 2009. 10. 1. 13:37

 

 

 

홍해리 시집『投網圖』1969 에서

 

 

 

 

 

 

冬菊 / 홍해리

 

 

동지ㅅ달
찬 바람이 
지동치듯 먼 산을 돌아온다.
꽃은 모든 것을 버린
여인처럼
삼동의 이야기를 지꺼리고 있다.
가슴 가득 괴는
아아
이 순순한 내음.

혓바닥엔
가시가 천 개쯤 돋아나 있다.

 

 

 

 

 

 

 

 

 

꽃밭 이야기 / 홍해리 

 

 

처음
내게 온 그는
마악 잠깬 첫새벽의 꿈
새끼 비둘기의 황금부리로
소녀의 가슴을 파는 순수
태양을 향한 순금의 아침
그것은 원시의 뜻이었다.

다음
내가 그에게 눈짓을 했을 때
그는 가는 현악기의 울림
기갈에 우는 새의 날개짓
사랑에 질근이는 나약한 호흡
실내악의 잔잔한 흐름
강물의 조용한 율동이었다.

마지막
내가 그에게 머물렀을 땐
돌연한 바람에 감기는 안개
그곳에서 찢어지는 내심의 울음
기인 겨울의 인내 속에서
밤새 울어대는 두견새의 넋
생성의 안개가 온 세계를 덮었다.

그리고
오랫만에 내 앞에 나타난 그는
가슴에 순수의 불을 밝힌 연인
천년 원시림의 햇살처럼 피는
순결한 웃음
웃음의 숲 속에서
밤을 새우던 작은 새가
해 떠오는 찬란한 아침에 잠깨어
밤새 부서진 햇발을 주어 나른다.

그러나
이다음 내 앞에 나타날 그는
짙은 안개의 늦가을 과원
무언의 입술
이제는 중량이 늘은 몸뚱어리로
한가롭지 못한 사색의 이마를
받치고 섰는 의지
물오른 가슴에 깊은 포옹으로 익힌
달디단 태양의 밀어
숨찬 여름의 압박감을 벗어난
밝은 노랫가락.

내가 마지막
만날 그는 한밤 창가에 흐르는 바람
자그만 하늘과 땅을 싣고
속으로 문 두드리며 가는
영원한 향수
그것은 하나의 결정
영원한 미완성 회화집이다.

 

 

 

 

 

 

 

 

 

 

연꽃 피는 저녁에 / 홍해리

 

 

십오야 달 밝으면
둥두럿이 벙그는 가슴
어찌 참아요
때가 오면 피고 지는 걸
달밤에 살라야
어찌 다 살라요
억겁의 번뇌를 정하시는 향기
땅에서 맺어
하늘로 오르는
이승의 연분을
달빛 하이얀 속에 나풀대는
내 모습
그대 간지르며
주변을 맴도는 바람소리
꽃 타고 날아가던
나의 하늘엔
아름다운 평화
몇 년 전
서늘히 잠들어
그대 곁에 누워 있거니
이승 그려 내려와
세상 정히다
꽃 피어 달밭에 솟아 올라서
둥두럿이 벙글어
어쩌자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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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구리 노래 / 홍해리

 

 

겨우내 나의 노래는 칠흑빛
암울한 메아리만 가슴을 울렸어라
창자를 뒤틀어 울부짖던 나의 자유
함성으로 땅을 뚫고 튀어 올랐네
아하 나의 자유여
그러나 이것은 허울
갈갈이 풀어헤칠 나의 혁명
수줍어라 수줍어라
싸늘한 새벽을 탄주하는
나의 악기는 창자를 뒤틀어
목구멍 혓바닥 입술로
봄을 노래한다만
세상은 눈부시어라 부시어라
눈물이 흐르는 나의 눈알은
세상을 못 참아 튀어나와서
눈물을 철철 흘린다
나의 눈부신 자유의 혁명을!

 

 

 

 

 

 

 

 

 

달처녀의 엽서 / 홍해리

 

 

암스트롱,
그대 이몸의 꿈도 신비도 모두
부숴버리고 떠나가셨네.
내 가슴 한복판
그대 가장 귀한 씨앗을 뿌리고
사랑과 평화의 문을 열어놓고
60억의 눈들이
60억 개의 달이 되어 빛나는 지구로
돌아가셨네.
당신이 제 주변을 빙빙 돌면서
독수리가 하늘을 돌 듯
제 가슴을 쪼으려 할 때
이 몸은 부끄러워 혼이 났어요.
드디어 거대한 그대의 발이
이 몸을 밟고
신화이던 제 가슴의 문을 열었을 때
저는 깨달았어요.
사랑은 오래 오래 달아 올라서
모든 불가능을 부숴버리고
인간도 때로는 기계가 되는 것을.
신비스럽던 제 속살이 그대 손에
파여 들어날 땐 그냥 황홀 그것
몸을 떨며 넋을 잃고 말았어요.
그대는 온통 나의 넋을 앗아버리고
저만 남겨두고 돌아가시고
억겁을 기두리던 제 순정이 그리울 때면
언제고 오세요, 그대
저는 이미 그대의 것
영원히 그렇게 당신에겐 신비이고 싶어요.

 

 

 

 

 

 

 

 

 

 

 

투망도投網圖 / 홍해리

 

 

무시로 목선을 타고
출항하는 나의 의식은
칠흑같은 밤바다
물결 따라 흔들리다가
만선의 부푼 기대를 깨고
귀향하는 때가 많다

투망은 언제나
첫새벽이 좋다
가장 신선한 고기 떼의
빛나는 옆구리
그 찬란한 순수의 비늘
반짝반짝 재끼는
아아, 태양의 눈부신 유혹
천사만사의 햇살에
잠 깨어 출렁이는 물결
나의 손은 떨어
바다를 물주름 잡는다

산호수림의 해저
저 아름다운 어군의 흐름을
보아, 층층이 흐르는 무리
나의 투망에 걸리는
지순한 고기 떼를 보아

잠이 덜 깬 파도는
토착어의 옆구릴 건드리다
아침 햇살에 놀라
이선하는 것을 가끔 본다

파선에 매달려 온
실망의 귀항에서
다시 목선을 밀고 드리우는
한낮의 투망은
청자의 항아리
동동 바다 위에 뜬
고려의 하늘
파도는 고갤 들고 날름대며
외양으로 손짓을 한다

언제나 혼자서 항해하는
나의 목선은
조난의 두려움도 없이
강선처럼 파도를 밀고 나간다

저 푸르른 바다
해명에 흔들리는 하오의 투망
고층 건물의 그늘에서
으깨지고 상한 어물을
이방인처럼 주어 모은 손으로
어기어차 어기어차
다시 먼 바다로 목선을 민다

어부림을 지나
수평선으로 멀리 나갔다가
조난 당한 선편과
다시 기운 투망
난파된 밀수선에서 밀려온 밀어와
바닷바람에 쩔은 바다 사람들의
걸걸힌 말투
소금 내음새

갈매기 깃에 펄럭이는
일몰의 바다
관능의 춤을 추는 바다
둥 둥 두둥 둥 둥
푸른 치맛자락 내둘리며
흰 살결 속을 들내지 않고
덩실덩실 원시의 춤을 춘다
그때 나의 본능은 살아
하얀 골편이 떠오르는
외양에서 돌아온다

만선이 못 된 뱃전에서 바라보면
넋처럼 피는 저녁 노을
오색찬연한 몇 마리의 열대어
그들의 마지막 항의
해질 녘 나의 투망에 걸린
이 몇 마리의 파닥임을

서천엔 은하
은하직녀의 손 가락가락
밤바다를 두드리고 있다
해면에 흐르는 어부사
칠흑 만 길 해곡에까지
그곳에 흐르는 어군
물 가르며 물 가르며
나의 의식을 흔들고 있다

나의 곁을 지나는 어선의
휘파람 소리......
휘익휙 나의 허전한 귀항을
풀 이파리처럼 흔들고 있다만

찢겨진 투망을 걷어 올리며
닻을 내리는 나의 의식은
찬란한 어군의 흐름 따라
싱싱한 생선의 노랫가락을 그려
다시 투망을 드리운다
가장 신선한 새벽 투망을!


 

 

 

 

 

 

 

연꽃 피는 저녁에 / 홍해리

 

 

십오야 달 밝으면
둥두럿이 벙그는 가슴
어찌 참아요
때가 오면 피고 지는 걸
달밤에 살라야
어찌 다 살라요
억겁의 번뇌를 정하시는 향기
땅에서 맺어
하늘로 오르는
이승의 연분을
달빛 하이얀 속에 나풀대는
내 모습
그대 간지르며
주변을 맴도는 바람소리
꽃 타고 날아가던
나의 하늘엔
아름다운 평화
몇 년 전
서늘히 잠들어
그대 곁에 누워 있거니
이승 그려 내려와
세상 정히다
꽃 피어 달밭에 솟아 올라서
둥두럿이 벙글어
어쩌자는가.

 

 

 

 

 

 

Pilgrims

 

 

 

깨어진 우주 / 홍해리

 

 

물결 잔잔한 바다에서
여자는
단순한 꽃송이였다
파도를 빚고 있던 나의 손은
꽃송이의 순수를
걸르고 있었다. 한밤
물결도 잠자고 은어 떼가
순은의 비늘을 세우며
바다를 가르고 있을 때
견고한 듯한 바다는
침묵을 깨고 꺼이꺼이 울었다
마지막 참사랑도
파국이 나고, 텅 빈
꽃밭에 비도 바람도 멎고
햇발도 잃어
잃은 순수의 상처만, 마른
꽃대궁에 걸리었다
몇 올의 비통이 불면의
밤을, 진분홍
잠자리에 남겨놓고 뒷발질하는
수면부족이던
암말은 많은 속약의 바다에서 갔다
죽은 남자와 여자의 과거와 죽음과
눈과 코와 귀를 날려
보내고, 입술도 나의 바다에 부는
바람도, 무참히 침몰시키고
높은 울음소리는 사라졌다
네 개의 손에 의해
걸러진 잔잔한 물결만 남겨놓고
바다는 헛기침도 잊고
침묵을 배운다.

 

 

 

 

 

 

 

 

 

 

선덕여왕 / 홍해리 

 

 

구름만 데리고 노는
해안선을 종일 바라보다가
바닷가운데 갈앉은
선덕여왕 금가락지
삼월 바다의 목아질 껴안고
하늘가를 바알바알 기어오르면
싱싱한 아침 꽃이 피는
골목길의 금수레바퀴를 따라
천년 율동이던
항아릴 어루던 손
달밤의 목소릴 몰고 온다.

 

 

 

 

 

 

Tune Of Life #2

 

 

 

善花公主 / 홍해리

 

 

종일 피릴 불어도
노래 한 가락 살아나지 않는다.

천년 피먹은 가락
그리 쉽게야 울리야만
구름장만 날리는
해안선의 파돗소리.

물거품 말아 올려 구름 띄우고
바닷가운데 흔들리는 소금 한 말
가슴으로 속가슴으로
목아지를 매어달리는 빛살
천년 서라벌의 나뭇이파리.

달빛을 흔들어 놓고
조상네 강물을 울어
손가락 입술까지 적신다만
금빛 가락 은빛 가락은
눈물 뿌리던 사랑.

먼지 쌓이는 한낮에 놀다가는
그림자뿐.

 

 

 

 

 

 

 

 

 

시인 / 홍해리

  

 

그는
言寺의 持住

말을 빚는 

比丘.

 

 

 

 

 

출처 : 詩의 향기 / 무명시인을 찾아서
글쓴이 : 동산 원글보기
메모 : * 이곳에는 東山 최병무 시인께서 내 초기시집의 작품부터 몇 편씩 골라 사진과 곁들인 시화집을 만들기로 해서 새로운 카테고리를 만들었습니다. 저도 기대하고 있습니다. 여러분께서도 기대해 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