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인시집 1979~1981/『바다에 뜨는 해』(1980)

백목련

洪 海 里 2010. 1. 31. 12:45

 

백목련白木蓮

 

 

아침마다 계단을 오르면서

목련과 키를 재보면

하늘 가까이서 오는 여자들

짧은 봄밤을 아쉬워하고 있다

밤새도록 달빛에 바래이기는

옥양목 한 필이 오히려 서러워

발돋움하며 다가서는 이마

하얀 울음이 구슬로 맺혀 있다

겨드랑이 허리 가슴 이랑에

깨어진 달빛이 모여

한밤중 맑던 잠을 데불고 사라지느니

만남은 언제나 죽음과 함께

신랑의 부신 행차를 맞는

서늘한 무한 고요속

목욕재계한 여인의 덧없음이여

그녀의 울음이 귀에 젖어

꽃봉오리 한 치는 부풀리나니

밤이면 날개를 퍼덕이다

날지 못한 날개를 지상에 떨구고

소복을 한 여인의 허공이 지고 있다.

 

           - 3인시집『바다에 뜨는 해』(19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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