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인시집 1979~1981/『바다에 뜨는 해』(1980)

꽃시장에서

洪 海 里 2010. 1. 31. 12:40

 

꽃시장에서

 

 

36-24-36의 미스 코리아 같은

아니 미스 유니버스 또는 인터내셔날

꽃시장에 가면

살속에서만 사는 여인들을 만난다

땅에서 하늘에서 삭이고 삭인

피와 뼈 다 감추고

살과 울음으로 빚은

보이지 않는 향을

살속 깊이 묻어놓고

이내 잠드는 잠자는 미녀거나

떨어져내리는 허공이거나

여자들은 순간을 빛난다

얼굴이 없는 미녀들을

여인들이 뒤따르고 있다

자지러진 비명이 수시로 깨어지고

그 뒤를 사내들의 킬킬거림이

허공을 안고 비명을 치고 있다

오 꽃이여 하느님의 눈이여.

 

                  -『바다에 뜨는 해』(19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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