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끼 식사
洪 海 里
겨우내 이 나무 저 나무로
동가식서가숙하던
직박구리 한 쌍
매화꽃 피었다고 냉큼 찾아왔다
여름도 한겨울이던 50년대
물로 배를 채우던 시절
꿀꿀이죽은 꿀꿀대는 소리가 나긴 했지만
맛이야 꿀맛이 아니었던가
가지마다 사푼사푼 옮겨 앉아
꽃치마 속에 뾰족한 부리를 박고
쪽쪽, 쪽쪽! 빨고 있다
참 아름다운, 황홀한 식사다
놀란 꽃송이들 속치마까지 홀홀
벗어 던지니
이른 봄날 마른하늘에 눈 내린다
금세 매화나무 배불러오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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