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비밀』2010

<시> 절창을 위하여

洪 海 里 2010. 2. 8. 05:18

 

절창을 위하여

 

洪 海 里

 

 

맨밥만 먹고 나온

매미 한 마리 매화나무에 날아와

무엇을 낚으려는지

소리그물을 허공에 펼치고 있다

푸른 하늘 흰구름이나

우렁우렁 고요를 낚아 무엇을 할 것인가

홀연 먹장구름이 몰려오고

무거운 바람 한 자락 날개 걸치자

하늘에서 폭포가 쏟아져 내린다

먹물을 뒤집어쓴 매미

남은 생애를 위하여

젖은 날개를 비벼댈 때

반짝 비치는 햇살 사이사이

일제히 퍼붓는 소리폭포 이어

일순 적요가 푸른 그늘을 펼친다

한평생이 소리 한 자락으로

하루처럼 저무는 매미의 생애

어디 절정이 있기나 할 것인가

매미명창의 소리 자락이 절창이다

땅속에서 득음을 하고 나왔는지

소리하는 것이 벌써 목이 틔어

듣고 있던 풍경붕어가 추임새를 날린다

얼씨구, 좋고, 으이!

그늘자리로 기어올라 자리를 잡은 매미

바람고수 북장단에 다시 목을 뽑고

잠깐 잠깐의 아니리에 이어지는 창에

듣는 귀마다 소리길이 나 명창明窓이 된다

소리그물에 걸린 것은 아무것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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