洪海里 詩 다시 읽기

<시> 시집『비밀』의 짧은 시 20편

洪 海 里 2010. 2. 10. 05:06

 

 <시집『비밀』의 짧은 시 20편>

 

 

막막

 

洪 海 里

 

 

나의 말이 너무 작아

 

너를 그리는 마음 다 실을 수 없어

 

빈 말 소리없이 너를 향해 가는 길

  

눈이 석 자나 쌓였다.

 

 

 

5월

 


무슨 한이 그리 깊어 품을 닫는지

그리움만 파도처럼 터져 나오고

밀려오는 초록 물결 어쩌지 못해

임자 없는 사랑 하나 업어 오겠네.

 

 

 

만추 


늙은 호박덩이만한 그리움 하나

입 다물고 귀도 접고 다 잠든 밤

추적추적 내리는 창밖의 빗소리

구진구진 홀로서 따루는 국화주.

 


 

나의 詩는

  

북소리 한 자락 베지 못하는

 

녹슬어 무딘 칼, 이 빠진 칼

 

그 옆에 놓여 있는

 

네 마음 한 자락 베지 못하는.

 

 

 

그물


어떤 자는
던지고,

어떤 이는
걸리고,

어떤 놈은
빠져나가는,

세상이라는
허방.

 

 

 

명창名唱

  

귀가 절벽이 될 때까지

 

목이 먹빛이 될 때까지

 

내가 폭포가 될 때까지

 

네가 칠흑이 될 때까지.

  

 

 

수세미 

 

전생에 무슨 한이 그리 엮여서

한평생 몸속에 그물만 짜셨을까

 

베틀 위의 어머니,

 

북 주고

바디 치던

마디 굵은 손

 

나,

눈에 는개 내린다.

 

 

찰나 

 

도화桃花 그늘에 앉아

 

술 한잔 하고 나니,

 

녹수청산綠水靑山 어디 가고

 

홍엽紅葉이 만산滿山,

 

찬서리 내리고

 

백설白雪만 펄펄 분분紛紛하네.

 


그리운 지옥 · 봄 

 

서방님! 하는 아주 고전적인 호칭으로

 

산문에 들어서는 발목을 잡아 세워서

 

삼각산 바람소린가 했더니

 

사방을 둘러봐도 아무도 없고

 

꽃 속의 부처님만 빙긋이 웃고 있네.

 

 

새는 뒤로 날지 않는다 

 

새가 나는 것은 공간만이 아니다.

새는 시간 속을 앞으로 날아간다.

때로는 오르내리기도 하면서~~~.

날개는 뒤로 가는 길을 알지 못한다.

신은 새에게,

뒤로 나는 법을 가르쳐 주지 않았다.

 


속절 

 

'한 삭만 같이 살자'

 

아니

 

'한 주만'

 

아니 

 

'하루만'

 

해도

 

웃기만 하던

 

 

모르는 새 다 지고 말았다

 

절도 속절인데

 

그래도

 

속절없다.

 

 

사랑에게 

 

써레질을 잘 해 놓은 무논처럼

 

논둑 옆에 기고 있는 벌금자리처럼

 

벌금자리 꽃이 품고 있는 이슬처럼

  

이슬 속 천년의 그 자리 그냥 그대로.

 


사랑

 

번개 치고

천둥 울고

벼락 때리는

국지성

집중 호우,

또는

회오리바람.

 

 

꽃에게  

 

아프다는 말 하지 마라.

 

그 말 들으면,

 

나도 아파 눈물이 진다.

 

 

아슬아슬 

 

천 길

낭떠러지

보일락말락,

 

이파리

한 장으로 가린

꽃.

 

 

자벌레 

 

몸으로 산을 만들었다

 허물고,

 

다시 쌓았다

 무너뜨린다.

 

그것이 온몸으로 세상을 재는

 한평생의 길,

 

山은 몸속에 있는

 무등無等이다.

 

  

반성 

 

네 예쁜 얼굴 너무 많이 봤구나

네 아름다운 목소리 너무 오래 들었구나

네 고운 마음 너무 자주 훔쳐 왔구나

네 고요 속에 너무 깊게 머물렀구나

 

아직도 깰 줄 모르는 나의 어리석은 꿈!

 

 

콩새야 

 

콩새야

콩새야

 

느릅나무에 앉아만 있지 말고

 

콩밭에 가서 놀아라

 

겨울이 오기 전에

 

작두콩이나 한 알 물어 오너라

칼이나 하나 차고 오너라.

 


 

  

누가 뜰에 와서 들창을 밝히는가

 

차마 문을 열지 못하고

 

마음만 설레고 있는

 

홀로 환한 이승의 한 순간.

 

 

귀향歸鄕 

 

어제는 세이천洗耳泉에 올라 귀를 주었다

 

오늘은 세심천洗心泉에 가서 마음을 씻고

 

내일은 우이천牛耳川을 타고 고향에  가서

 

맑은 고을 무심천無心川에 마음을 띄운다.

 

* 세이천과 세심천 : 우이동에 있는 약수터

  우이천 : 북한산에서 흘러내리는 내

  무심천 : 청주 시내를 가로질러 흐르는 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