洪海里 詩 다시 읽기

<시> 눈을 쓸다

洪 海 里 2010. 2. 20. 07:51

Off the bedroom awning

 

 

눈을 쓸다 / 홍해리

 

 

새벽에 일어나
눈을 쓸면
하늘이 쓸린다.

눈이 내린 아침
온갖 물상은 민주주의
지상엔 굴복한 모든 사물이 일어서고
순은으로 타는 햇살.

지난 여름 타던 천둥과 번개도
어린 시절의 환상과 동경도 얼어 내렸다.
구름도 내려와 쌓였다
바람도 날아와 쌓였다.

밤사이 하산한 산새들의
하얀 노랫소리 담밑에 얼어들고
바람소리도 솔잎에 쉬어
대숲에 묻어 있던 밤도
하얗게 새었다.
하느님의 사타구니에서 쏟아져 내리는
무수한 넋의 나래치는 소리
놀미봉 꾸꾸기도 눈이 멀었겟다.

빗자루 잡은 손에 스미는 서늘함이여
죽은 열기의 평화 위에
가만히 들리는 소리
쓸지 말아라 쓸지 말아라.

  

                       - 홍해리 시집『花史記』(1975)에서 

 

Winter berries

* http://blog.daum.net/dongsan50에서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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