洪海里 詩 다시 읽기

<시> 실어증失語症

洪 海 里 2010. 2. 20. 07:56

 

 

 

실어증失語症 / 홍해리 

 

얼마나 싫으면 말을 잊는가

싫다 싫어 나는 네가 싫다 구름이 말한다

그래 그래 나도 네가 싫다 바람이 말한다

부모와 자식 사이

남자와 여자 사이

나와 우주 사이

꽃과 나무와 새가 말이었고

하늘과 바다와 산이 말이었다

밥과 사랑과 미움과 그리움이 말이었다

웃음과 울음과 아픔과 기쁨이 말이었다

실어증에 걸린 사람들의 눈에는

풍경은 흔들리기만 할 뿐

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눈을 뜨고 자는 붕어가 말한다

세상이란 내 옆에 네가 있고

나 아니면 너라고, 아니 우리라고

무엇으로 입을 떼어 말문이 트이게 하나

모두가 절단났다고 절벽으로 뛰어내리고 있다

이제는 절망이라고 울음을 터뜨려도

말을 잊은 너는 듣지 못한다

한때는 침묵도 멋진 말이었지

말하지 않아야 할 것을 얼떨결에 말해도 말이고

말하지 말아야 할 것을 잘못 말한 것도 말인데

싫다고 싫다고들 말을 하지 않는다

싫어! 싫어!가 실어失語를 실어 오는

적막한 세상.

                            - 시집『비밀』(2010)에서

the indifferents

 * http://blog.daum.net/dongsan50에서 옮김.

'洪海里 詩 다시 읽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짧은 시 읽기(『投網圖』1969 /『花史記』1975)  (0) 2010.03.23
<시> 우리들의 말  (0) 2010.02.22
<시> 바다와 시  (0) 2010.02.20
<시> 눈을 쓸다  (0) 2010.02.20
<시> 투망도投網圖  (0) 2010.02.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