洪海里 詩 다시 읽기

<시> 투망도投網圖

洪 海 里 2010. 2. 20. 07:50

   

 

투망도投網圖 / 홍해리 

 

무시로 목선을 타고
출항하는 나의 의식은
칠흑같은 밤바다
물결 따라 흔들리다가
만선의 부푼 기대를 깨고
귀향하는 때가 많다

투망은 언제나
첫새벽이 좋다
가장 신선한 고기 떼의
빛나는 옆구리
그 찬란한 순수의 비늘
반짝반짝 재끼는
아아, 태양의 눈부신 유혹
천사만사의 햇살에
잠 깨어 출렁이는 물결
나의 손은 떨어
바다를 물주름 잡는다

산호수림의 해저
저 아름다운 어군의 흐름을
보아, 층층이 흐르는 무리
나의 투망에 걸리는
지순한 고기 떼를 보아

잠이 덜 깬 파도는
토착어의 옆구릴 건드리다
아침 햇살에 놀라
이선하는 것을 가끔 본다

파선에 매달려 온
실망의 귀항에서
다시 목선을 밀고 드리우는
한낮의 투망은
청자의 항아리
동동 바다 위에 뜬
고려의 하늘
파도는 고갤 들고 날름대며
외양으로 손짓을 한다

언제나 혼자서 항해하는
나의 목선은
조난의 두려움도 없이
강선처럼 파도를 밀고 나간다

저 푸르른 바다
해명에 흔들리는 하오의 투망
고층 건물의 그늘에서
으깨지고 상한 어물을
이방인처럼 주어 모은 손으로
어기어차 어기어차
다시 먼 바다로 목선을 민다

어부림을 지나
수평선으로 멀리 나갔다가
조난 당한 선편과
다시 기운 투망
난파된 밀수선에서 밀려온 밀어와
바닷바람에 쩔은 바다 사람들의
걸걸힌 말투
소금 내음새

갈매기 깃에 펄럭이는
일몰의 바다
관능의 춤을 추는 바다
둥 둥 두둥 둥 둥
푸른 치맛자락 내둘리며
흰 살결 속을 들내지 않고
덩실덩실 원시의 춤을 춘다
그때 나의 본능은 살아
하얀 골편이 떠오르는
외양에서 돌아온다

만선이 못 된 뱃전에서 바라보면
넋처럼 피는 저녁 노을
오색찬연한 몇 마리의 열대어
그들의 마지막 항의
해질 녘 나의 투망에 걸린
이 몇 마리의 파닥임을

서천엔 은하
은하직녀의 손 가락가락
밤바다를 두드리고 있다
해면에 흐르는 어부사
칠흑 만 길 해곡에까지
그곳에 흐르는 어군
물 가르며 물 가르며
나의 의식을 흔들고 있다

나의 곁을 지나는 어선의
휘파람 소리......
휘익휙 나의 허전한 귀항을
풀 이파리처럼 흔들고 있다만

찢겨진 투망을 걷어 올리며
닻을 내리는 나의 의식은
찬란한 어군의 흐름 따라
싱싱한 생선의 노랫가락을 그려
다시 투망을 드리운다
가장 신선한 새벽 투망을!


                    - 홍해리 시집『投網圖』(1969)에서 

  

 
                   

 

 * http://blog.daum.net/dongsan50에서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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