洪海里 詩 다시 읽기

짧은 시 읽기(『投網圖』1969 /『花史記』1975)

洪 海 里 2010. 3. 23. 13:08

<짧은 시 읽기(『投網圖』1969/『花史記』1975)>

 

 

       

       

       

      시인

       

       

       洪 海 里

       

      그는

      言寺의 持住



      말을 빚는

       

      比丘.

            - 시집『投網圖』(1969)   

 

 

 

 

     

     

    소묘

     

     

    시월의 달은
    화장에 능하다

    길은 멀리
    트이고

    이마엔
    구름이 걷힌다

    나들이 때마다
    흩뿌리는 향내음

    아아,
    항아리빛 고려의 하늘.

     - 시집『投網圖』(1969)   

     

     

     

     

     

     

     

     뻐꾹새

     

     

    송림
    사잇길
    이슬에
    젖은
    뻐꾹새
    울음소리
    청상과부
    수절한처럼
    칡넝쿨은
    얽흐러지고
    자귀나무
    은은한
    보랏빛
    흔들림.

     

         - 시집『花史記』(1975) 

     

     

     

     

     

     

    거울

     

     

    어둠이 짙을수록 더욱 똑똑히 보이는
    내 영혼의 뼈와 살의 무늬들
    전신이 맑아오는 칠흑의 세계
    어디서 새벽녘 두레박 소리 들리고
    어둠이 물러가는 그림자 보인다.

                      - 시집『花史記』(1975) 

     

     

     

     

     

     

     

     

    中伏

     

     

    한낮
    들녘 파아란 하늘
    미루나무 이파리
    환상의 구름장을 몰아다
    등줄기에 쏟는
    소나기
    쏴아하아,
    매미 소리여.

                         - 시집『花史記』(1975) 

     


     

     

     

     

    詩를 쓰는 이유

     

     

    십리 밖 여자가 자꾸 알찐대고 있다.


    달 지나는지 하루살이처럼 앓고 있다.


    돌과 바람 새 능구렝이가 울고 있다.


    내 안을 기웃대는 눈이 빛나고 있다.

                                   - 시집『花史記』(1975) 

     

     

     

     

     

     

     

     

    낮잠

     

     

    대낮 내 나른한 창문을 넘나드는
    간간한 잠의 물결은 느슨한 은빛
    수면에 햇살은 풀잎처럼 스러지고
    다시 일어서는 물결따라 반사한다
    밝음 속에서도 스러지는 나의 잠
    우리는 때때로 낮에도 절망한다.

                                 - 시집『花史記』(1975) 

     

     

     

     

     

     

    갯벌

     

     

    노을이 타는
    바닷속으로

    소를 몰고
    줄지어 들어가는

    저녁녘의
    女人들

    노을빛이 살에 오른
    바닷여인들.

                             - 시집『花史記』(1975) 

     

     

     

     

     

     

     

     

     

     

 

 

* 60년대와 70년대의 시집에서 짧은 시 몇 편을 골라 다시 읽는다.

이것은 나를 되돌아보는 작업이다.

나를 되찾는 작업이며 나의 길을 찾아보는 일이기도 하다.

나의 작은 서재에 촛불 하나 밝히고자 한다.

이 작업은 앞으로 내가 낸 시집에 들어 있는 짧은 시들을 다 모을 때까지 계속하고자 한다.

시라는 것은 가장 자유스런 존재이지만 내게 있어서는 크고 무겁고 무서운 존재이기보다는

짧고 재미있고 무언가 짜르르하게 가슴을 울리는 소리가 있어야 한다.

빈 속에 한잔의 독주가 가슴을 타고 흘러내릴 때의 그 짜릿함을 위하여, 건배!

                                                                                  - 洪 海 里

 

* http://blog.daum.net/ka9268(루피나 님의 '시 읽는 마을')에서 옮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