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화 및 영상詩

<시> 제비꽃 3편

洪 海 里 2010. 3. 16. 04:33

 

 

 

제비꽃 필 때

洪 海 里

 



봄보다 먼저 오는 고요, 그 자체

제비는 오지 않아도 너는 피느니

안쓰럽고 작은 꽃, 네가 필 때면

웬 놈의 햇빛은 또 그리 밝아서

백주에도 천둥 울고 벼락치는가

꺾지도 못하는 꽃, 짙은 보랏빛!

                                        (2005) 

 

  * 시인의 집단 세계에도 남모르는 비밀들이 있다. 어떤 시인은 집필에 매달리기보다도 잡지사나 평론가, 그리고 신문사를 찾아다니는 시인이 있는가 하면 아예 외부와는 교제를 단절하고 칩거하며 좋은 시만 쓰려는데 집착하는 시인이 있다. 홍해리 시인은 후자에 속하는 시인이라 할 수 있다. 우이동에서 살며 <우이시>동인으로 활동했다. 임보 시인도 같은 동인이었다. 그것이 발전해서 전국적인 규모의 문예지 <우리詩>로 변모했다. 이 잡지는 월간으로 매달 발간된다. 이 문예지의 편집인으로 활동하고 있다. 너무도 부러운 시인이다.

  제비꽃은 그 이름을 장수꽃, 병아리꽃, 오랑캐꽃, 씨름꽃, 앉은뱅이 꽃이라고도 부른다. 아마 꽃 중에도 가장 다양한 이름을 가진 꽃이라 하겠다. 제비꽃은 제비가 오는 봄에 핀다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그런데 공해 때문에 제비를 본지가 오래 되었다. 인간이 자연을 망쳤기 때문에 제비가 오지 않아 시인은 안쓰럽게 여긴다. 제비꽃은 키가 작아서 땅에 가장 가까운 꽃이고 흙냄새로 몸을 다스리는 꽃은 아닐까. 내일은 제비꽃 보러 가야겠다.

- 정일남(시인)

[출처] 제비꽃|작성자 솔봉

 

 

 

 

제비꽃

 

洪 海 里



무거운 땅을 뚫고
새끼들이 솟아올랐다
날아오르듯, 순식간에,
지상에서 하늘로
날개를 초록빛으로
나부끼었다
화장도 하지 않았는데
주변을 물들이는
보랏빛 향기 속으로
봄날은 날아간다.

                           (2005)

 

 

 

 

제비꽃에서의 기별

 

洪 海 里

 

 

보드라운 대지의 속살을 뚫고

화사하게 몸을 풀고 있는

나, 너를 위하여

슬픔의 완성을 위하여

투명한 봄날 내내

너를 그리워하다

투망같은 햇살에 묶여

젖은 아픔에 취하면

드디어

피어나는 보랏빛

눈물의 산화, 그 쬐끄만 그늘

수줍어라 수줍어라

중심을 뜨며

나는 너를 낳고 싶어

꽃, 꽃, 꽃, 꽃을 피운다

一色으로 터지는 꽃을.

                          

- '우이동시인들' 25집『너의 狂氣에 감사하라』

  (1999, 우이동사람들)

 

* 위의 제비꽃은 http://blog.daum.net/jib17에서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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