洪海里 詩 다시 읽기

짧은 시 읽기(『대추꽃 초록빛』1987 / 『淸別』1989)

洪 海 里 2010. 3. 23. 13:13

 

<짧은 시 읽기(『대추꽃 초록빛』1987 / 『淸別』1989)>

 

 

아내

 

洪 海 里

 

별, 꽃, 달, 풀, 강으로 된
한 편의 서정시이더니,

자식, 연탄, 세금, 건강, 걱정의
장편 통속소설이 되었다.

 

           -시집『대추꽃 초록빛』(1987)

 

 

아이스크림

 

시쓰는일이
색쓰는일같아라

주면서먹는다는
달콤한모순

사는일죽는일
하나라지만

사는일신명나나
죽 는 일 의 허 망 함 이 여 !

 

 

그리움

 

대추꽃의 초록이나
탱자꽃의 하양,

들장미의 빨강이나
석류꽃의 선홍,

아니면
싸늘하나 따스히 녹는,

아이스크림같은
안타까움 한 줌.

 

 

인수봉

 

요석궁에 불을 지른 원효대사다

새벽마다 하늘을 떠받들다

자루 없는 도끼를 허공중에 던져 놓고

기다리다 기다리다 돌이 솟았다.

                   - 시집『淸別』(1989)

 

 

사랑에게

 

웬일로 오늘은 아침부터 칠흑빛 하늘

검은 물감을 몇 만 드럼이나 풀었는지

네가 그립구나, 별이여, 네가 보인다

오늘은 아침부터 내 가슴에 네가 뜨누나.

 

 

봄꿈

 

복사꽃물 면사포

살구꽃 웨딩드레스

진달래빛 가슴

개나리 금빛 아지랑이 꿈.

 

 

5월

 

비 개인 날
우이동 골짜기
꾀꼬리 소리, 소리
노오랗게 날리는
송화가루.

 

 

봄날에

 

시도 때도 없이
울어쌓는
소쩍새.

집도 절도 없이
떠도는
내 마음.

 

 

 

꽃양귀비

 

 

얼마나 먼 길을
달려왔기로,

새빨갛게 달아올라
넋을 놓는가.

귀 따갑게 쏟아지는
한낮의 햇살,

널 끌어안고
만신창이 만신창이 불타고 싶어라.

 

 

자귀나무꽃

 

세모시 물항라 치마 저고리
꽃부채 펼쳐들어 햇빛 가리고
단내 날 듯 단내 날 듯
돌아가는 산모롱이
산그늘 뉘엿뉘엿 섧운 저녁답
살비치는 속살 내음 세모시 물항라.

 

 

대추꽃

 

무어 잘났다고 드러낼 게 있어야지

잎인지 꽃인지 분간도 못해라

꽃이 피었는지 아는 이 없어도

숨어서 피는 이의 향기로움이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