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검증
洪 海 里
매화나무 가까스로 꽃을 피우자
숲 속의 수다쟁이 떠덜새인
직박구리 떼로떼로 몰려와
집을 비운 사이
아직 벌어지지도 않은 말도 못하는 어린 것들
꽃 속에 뾰족한 부리를 박고 쪽쪽쪽 쪼아대자
옆의 애들도 겁에 질려 입술이 파랗게 얼었다
소리도 지르지 못하고 혼절한,
무차별 성폭행을 당한 여린 주검들
음순이 무참히 찢겨진 저 어린것들
저녁녘 마당에 들어서자
환하게 번지는 피비린내
범인은 감쪽같이 사라지고 적막한,
잔인한 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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