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정곡론正鵠論』(2020)

<시> 현장 검증

洪 海 里 2010. 4. 21. 04:16

현장 검증

 

洪 海 里

 

 

매화나무 가까스로 꽃을 피우자

숲 속의 수다쟁이 떠덜새인

직박구리 떼로떼로 몰려와

집을 비운 사이

아직 벌어지지도 않은  말도 못하는 어린 것들

꽃 속에 뾰족한 부리를 박고 쪽쪽쪽 쪼아대자

옆의 애들도 겁에 질려 입술이 파랗게 얼었다

소리도 지르지 못하고 혼절한,

무차별 성폭행을 당한 여린 주검들

음순이 무참히 찢겨진 저 어린것들

 

저녁녘 마당에 들어서자

환하게 번지는 피비린내

범인은 감쪽같이 사라지고 적막한,

잔인한 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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