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정곡론正鵠論』(2020)

<시> 무현금無絃琴

洪 海 里 2010. 7. 14. 14:08

 

무현금無絃

 

洪 海 里

 

 

한여름 우이도원牛耳桃源

푸른 숲 속

어디선가

거문고 우는 소리

가야금 타는 소리

도도동 도도동 도도동동

동동동 동동동 동동동동

백년 살다

백골사리로 빛나는

오동나무 한 그루

까막딱다구리가 속을 다 비워낸

텅 빈 성자의 맨몸을

쇠딱다구리

수백 마리

꽁지를 까닥이며

쬐그만 부리로 사리를 쪼고 있다

줄 없는 거문고

가야금 거문고가 따로없다

온몸으로 우는

오동이 한 줄의 거대한 현이다.


* 지난 유월 초하루(음) 임보 시인과 牛耳桃源에 올랐다.

막걸리 둬 병 꿰차고 우이도원에 당도하자 어디선가 가야금, 거문고 켜는 소리가 들려왔다.

우리가 오는 것을 알고 선녀라도 하강하여 환영연주라도 하고 있는 것일까?

가만히 보니 그 소리는 선 채로 죽어 있는 하얀 백골 오동나무에서 들려오고 있었다.

살금살금 다가가 보니 수십 마리의 쇠딱따구리들이 부리로 오동의 살을 샅샅이 쪼고 있는 것이었다.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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