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정곡론正鵠論』(2020)

<시> 봄바람 속에

洪 海 里 2010. 3. 27. 10:03

 

 

 

봄바람 속에

 

洪 海 里

 

겨울바람 속에는 날카로운 솜방망이가 들어 있다

두억시니

어처구니

칼 찬 사내들 말발굽소리 대지를 가르지만

미나리꽝 얼음장 밑 푸른 미나리

살 오르는 소리 들어 보아라

 

봄바람 속에는 부드러운 칼이 들어 있으니

눈이 빠지게 기다리던 너

눈에 빠지며 엎어지며 불원천리 찾아왔다

기다린다는 것은

살을 찢고 뼈를 깎고 피를 말리는

환장의 세월이었지

 

남은 겨울의 꼬리를 가차없이 잘라내려고

겨우내 부드럽게 칼을 갈았다

봄비는 조용히 울어 눈물로 겨울을 씻어내며

역습해 오는 꽃샘바람을 수비하기 위하여

비수를 가슴에 품는 것이니

봄바람 속에 감추고 있는 비밀문자를 보라

 

봄이라고 봄바람 바람바람 불고 있다

여기저기 짙은 포연 속에

풍비박산한 세상이 날아오르고 있다.

 

 

'시집『정곡론正鵠論』(2020)' 카테고리의 다른 글

<시> 무현금無絃琴  (0) 2010.07.14
<시> 현장 검증  (0) 2010.04.21
<시> 새대가리들  (0) 2010.02.23
<시> 설매雪梅  (0) 2010.01.22
<시> 몸을 바치다  (0) 2009.05.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