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詩는 북소리 한 자락 베지 못하는 녹슬어 무딘 칼, 이 빠진 칼 그 옆에 놓여 있는 네 마음 한 자락 베지 못하는. 반성 네 예쁜 얼굴 너무 많이 봤구나 네 아름다운 목소리 너무 오래 들었구나 네 고운 마음 너무 오래 훔쳐 왔구나 네 고요 속에 너무 길게 머물렀구나 아직도 깰 줄 모르는 나의 어리석은 꿈! 새는 뒤로 날지 않는다 새가 나는 것은 공간만이 아니다. 새는 시간 속을 앞으로 날아간다. 때로는 오르내리기도 하면서~~~. 날개는 뒤로 가는 길을 알지 못한다. 신은 새에게, 뒤로 나는 법을 그르쳐 주지 않았다. 찰나 도화桃花 그늘에 앉아 술 한잔 하고 나니, 녹수청산綠水靑山 어디 가고 홍엽紅葉이 만산滿山, 찬서리 내리고 백설만 펄펄 분분粉粉하네.
수세미 전생에 무슨 한이 그리 여여서 한평생 몸속에 그물만 짜셨을까 베틀 위의 어머니, 북 주고 바디 치던 마디 굵은 손 나, 눈에 는개 내린다. 막막 나의 말이 너무 작아 너를 그리는 마음 다 실을 수 없어 빈 말 소리없이 너를 향해 가는 길 눈이 석자나 쌓였다. 그물 어떤 자는 던지고, 어떤 걸리고, 어떤 놈은 빠져나가는, 세상이라는 허방. 만추 늙은 호박덩이만한 그리움 하나 입 다물고 귀도 접고 다 잠든 밤 추적추적 내리는 창밖의 빗소리 구진구진 홀로서 따루는 국화주. 눈 누가 뜰에 와서 들창을 밝히는가 차마 문을 열지 못하고 마음만 설레고 있는 홀로 환한 이승의 한 순간. - 시집『비밀』(2010)
출처 : 시 읽는 마을
글쓴이 : 루피나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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