時를 쓰다
洪 海 里
'매일 새벽 3시, 나는 어김없이 눈을 뜬다
時를 쓰지 않고는 견딜 수 없기 때문이다.//
쓰지 않고는 견딜 수 없어
時를 쓰며 살아온 40년…….//
신작『비밀』로 돌아온 그에게
이 시대의 時를 묻다.'
그렇다, 40년간 時를 쓰다
언뜻 눈을 뜨니
남은 것은 詩뿐이었다
절[寺]에 들어가 경도 외지 않고
날[日]만 쓰니 말씀[言]이 남았다
시인은 詩에 時를 써야 하는가
왜 나에게 時를 묻는가
텅 빈 내 가슴속 언저리에
귀먹은 거문고 하나 세워놓고
현간絃間을 읽다 보니
행간行間에 거문고 소리가 놀고 있다
흰 소리와 검은 소리 아래
우선 밑줄 하나 긋는다
천신千辛과 만고萬苦의 세상에서
어쩌자고 이 시대 時를 묻는 것인가
분명 詩를 묻는 것은 아니었다
나를 묻는 것이 분명했다
묻힌 것이 時든 詩든 모두 시든 것뿐이어서
나는 묻는 것에 대한 답을 찾기 어려웠다
時人이 詩人인가, 詩人이 時人인가
나는 도대체 알 수가 없다.
* 2010. 6. 27. 청주KBS '문화현장 인터뷰 人'의 자막임
* 뮤즈-자연에 저당 잡힌 채, 차용증과 각서를 쓰는 시인. 자연과 자연이 펼쳐놓은 문양을 아름답게 승화시키는 시인. 그 시인이 홍해리가 아닌가. 영혼이 맑고 투명한 시인. 자연을 시말로 치환시키는 시인. 그 시인이 바로 홍해리가 아닌가. 시와 시적 삶을 위해 온 마음을 바친 시인. 세월과 삶 전체를 시 속에 녹여낸 시인. 바로 그 시인이 홍해리가 아닌가. 시와 시인과 시말을 위해서 한 평생을 바친 홍해리라는 시인. 洪海里라는 원문자와 메타기호를 찾아 한평생을 허비한 시인. 그가 바로 홍해리가 아닌가.
- 김석준의「시, 시말, 시인을 위하여」(2008)에서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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