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화 및 영상詩

[스크랩] <시> 사랑이여 가을에는

洪 海 里 2010. 6. 24. 04:58

 

 

사랑이여 가을에는

네 몸에 불을 질러라

다 태워버려라

한여름 피어오르던 짙은 젊음

이제 마른 풀잎으로 남아

시든 허상뿐

겉불을 질러

겉으로 무성한 허무의 껍질

다 태우고 나면

허망한 잿더미

바람에 풀풀 날리고

다 쓸려가고 나면

남을 것은 이 지상엔 없다

땅 속 깊이 묻혀

불로도 타지 않고,

죽지 않고 박혀 있는

사랑의 뿌리

다시 캐내어

불로 사루고 사루면

까맣게 남는 새까만 알갱이

그것도 사랑은 아니다

다시 씻고 부시고 닦으면

한 줌 금으로 남을까

다 타서 없어진

네 사랑이 향기로울까

사랑이여

이 가을에는

네 몸에 불을 질러라

다 태워버려라. 

출처 : 해바라기
글쓴이 : 꽃을 닮고 싶은 원글보기
메모 :

 시집『푸른 느낌표!』(우리글,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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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집『봄, 벼락치다』, 우리글대표시선 7
지은이
출판사
우리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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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봄, 벼락치다" 를 홍해리 시인님으로부터 선물로 받게 되었다.

       책상 앞에 나와 늘 함께 있는 "봄, 벼락치다" 를 하루에 몇 번씩 읽고 

       또 감상하며 느껴본다.

       자연과 함께하는 이글을 대하다 보면 나 자신이 자연이 되기도 한다.

       어떤 꽃이나 사물을 아무렇게 대하지 않고 가슴으로 받아들이며

       끌어안으려는 홍 시인님의 뜨거운 열정을 본 듯하여 그 마력에 빠져

       들곤 한다.  내가 주인공이 될 수 있는 홍해리 시인님의 글.

       오늘도 시집 속에 주인공이 되어 봄, 속에서 벼락을 맞고 있는 해바라기.

 

       * 위의 시 '사랑이여 가을에는'의 부제는 '향부자香附子'이다.

        시집『푸른 느낌표!』에 실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