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화 및 영상詩

<시> 말복末伏

洪 海 里 2010. 8. 8. 06:44

  

 

말복末伏

 

洪 海 里

 

드디어
눈이 맑아지고
감청에서 암록으로 다시
기름기가 걷히고 남는
백색 여운
한 시대도
도장徒長했던 이파리들도
무덥고 기인 밤이 지나면
제자리로 돌아오고
균형이 잡혀
이마에 와 부딪히는
물빛 바람빛 산빛 구름빛 살빛도
그물에 걸리지 않고
눈으로 가슴으로
햇살이 날아와 꽂힌다
번쩍이는 칼날
똑바로 떠라 똑바로
어쩔 수 없이 여름은 지나가고
하얀 뼈다귀
골목마다 가득히 쌓인다
하늘에 먼저 가을이 와서
구름장마다 가벼운 날개가 돋혀
어두운 우리들의 눈알을 모아
어딘가로 날아가 버린다
남은 것은 아무 것도 없다.

 

                 - 시집『우리들의 말』(1977)

 

   

* 그림은 http://cafe.daum.net/rimpoet에서 옮김.

'시화 및 영상詩' 카테고리의 다른 글

<시> 벼꽃 이는 것을 보며  (0) 2010.08.26
[스크랩] 無絃의 玄琴 / 洪 海 里  (0) 2010.08.25
<시> 검은등뻐꾸기  (0) 2010.08.04
<시> 중복中伏  (0) 2010.07.29
<시> 수세미  (0) 2010.07.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