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시집『금강초롱』(2013)

<시> 맥문동 꽃길

洪 海 里 2010. 10. 17. 04:47

맥문동 꽃길

  

洪 海 里

 

 

맥문동 꽃몽둥이 보랏빛으로

너에게 늘씬하니 얻어터져서

한 석 달 열흘 가량 눕고 싶어라

온몸이 시커멓게 멍이 들어서

손가락 하나 까딱 하지 못하고

푸르게 푸르게나 죽고 싶어라.

 

 

마음이 시려워도 울지 못하고

열나흘 열엿새쯤 그것도 칠월

달빛 받아 꽃보라 흐드러질 때

마음 한번 열기도 버거운 새야

꽃물 들어 하얗게 타 버리도록

지나새나 젖어서 취해 있어라.

 

               - 시집『비밀』(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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