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꽃 일다
洪 海 里
벼꽃 이는 걸 보셨는가
벼도 꽃을 피운다는 걸 아시는가
아침나절 씨껍질 슬그머니 열고
암술 수술이 만나, 자릿자릿
짝짓기를 하고 슬그머니 문을 닫는다
그래야 알이 차고 여물어 밥이 되는 것을
아시는가
벌써 푸른 논에서는
햅쌀밥물 잦히는 냄새가 난다
새 보는 할아버지
새참 이고 나온 어머니
막걸리 따르는 소리
물꼬에 물 드는 소리
내 입으로 들어갈 밥이다
나의 생명이다
내가 가야 할 길이고 역사다
벼꽃은 질박의 극치,
수줍음 많은 벼가 자지를 내밀고 있다
지금 한창 일고 있다.
'꽃시집『금강초롱』(2013)' 카테고리의 다른 글
<시> 능소화 전문 (0) | 2010.10.17 |
---|---|
<시> 쑥부쟁이 (0) | 2010.10.17 |
<시> 목백일홍 (0) | 2010.07.27 |
<시> 꽃이 피면 바람 분다 (0) | 2010.04.15 |
<시> 할미꽃 (0) | 2010.03.2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