능소화 전문
洪 海 里
올라가야 내려가는 것을, 어찌
모르랴 모르랴마는
너야 죽거나 말거나
인정사정 볼 것 없다고
숨통을 끊어야 한다며
흐느적이는 빈 구석 그늘 속으로,
몰입이다
황홀이다
착각이다.
천파만파 일렁이는 저 바람
막 피어나는 꽃이 눈부시게 흔들려
치렁치렁 그넷줄이 천 길이네
흔들리던 바람이 길을 멈춘 대낮
그넷줄 잡고 있는 진이.
팽팽한 치맛자락 속으로
깊은 뜰
높은 담을 넘어온
화담의 묵향이 번져
허공을 가벼이 뛰어내리는
화려한 절체/절명의
가녀린 유혹.
도발이다
일탈이다
광풍이다.
- 시집『비밀』(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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