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시집『금강초롱』(2013)

<시> 능소화 전문

洪 海 里 2010. 10. 17. 04:46

능소화 전문

  

洪 海 里

 

 

올라가야 내려가는 것을, 어찌

모르랴 모르랴마는

너야 죽거나 말거나

인정사정 볼 것 없다고

숨통을 끊어야 한다며

흐느적이는 빈 구석 그늘 속으로,

 

몰입이다

황홀이다

착각이다.

 

천파만파 일렁이는 저 바람

막 피어나는 꽃이 눈부시게 흔들려

치렁치렁 그넷줄이 천 길이네

흔들리던 바람이 길을 멈춘 대낮

그넷줄 잡고 있는 진이.

팽팽한 치맛자락 속으로

깊은 뜰

높은 담을 넘어온

화담의 묵향이 번져

허공을 가벼이 뛰어내리는

화려한 절체/절명의

가녀린 유혹.

 

도발이다

일탈이다

광풍이다.


        - 시집『비밀』(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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