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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무덤 속의 시말(김석준 문학 평론집)

洪 海 里 2010. 11. 2. 05:14

 

 무덤 속의 시말(김석준 문학 평론집)                      김길순

 

그녀는 온몸이 자궁이다

정월에 잉태한 자식 소금물 양수에 품고

장독대 한가운데 자릴 잡으면

늘 그 자리 그대로 일 뿐-,

볕 좋은 한낮 해를 만나 사랑을 익히고

삶의 갈피마다 반짝이는 기쁨을 위해

청솔 홍옥의 금빛 관을 두른 채

정성 다해 몸 관리를 하면

인내의 고통으로 기쁨은 눈처럼 빛나고

순결한 어둠 속에서 누리는 임부의 권리(생략)

-홍해리「장을 읽다」 전문

 

홍해리 시인의「장을 읽다」는 섬세한 손길로 시가 씌어지는 지점을 정확하게 집어내고 있다.

읽는다는 것은 대상을 살아 숨쉬는 존재로 인식하면서 그 대상을 사랑과 연민의 시선으로

응시하는 것인데, 시인은 물질직 상상력을 통해서 물질에 정령을 불어 넣는다. 

 

이토록 흥겹고 살맛나는 장의 제의가 어디에 있는가.이처럼 아름다움의 의미론적

행위가 또 어디에 있는가. 홍해리 시인의 「장을 읽다」에 형상화된 의미론적

읽음은 세계-내-내  존재물들 살뜰하게 모시는 살가운 시선이다.

 

나의 말

많은 시인들의 작품이 수록되어 있고 김석준 평론가의 심도있는 평론을 많은 이들이 읽기를  권해본다.

(지혜사랑 인문과학총서 02) <2010. 5.1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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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김길순 시인의 블로그
글쓴이 : 해바라기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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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 읽다 / 洪 海 里

 

그녀는 온몸이 자궁이다

정월에 잉태한 자식 소금물 양수에 품고

장독대 한가운데 자릴 잡으면

늘 그 자리 그대로일 뿐……,

볕 좋은 한낮 해를 만나 사랑을 익히고

삶의 갈피마다 반짝이는 기쁨을 위해

청솔 홍옥의 금빛 관을 두른 채

정성 다해 몸 관리를 하면

인내의 고통으로 기쁨은 눈처럼 빛나고

순결한 어둠 속에서 누리는 임부의 권리

몸속에 불을 질러 잡념을 몰아내고

맵고도 단맛을 진하게 내도록

참숯과 고추, 대추를 넣고 참깨도 띄워

자연의 흐름을 오래오래 독파하느니

새물새물 달려드는 오월이 삼삼한 맛이나

유월이 년의 뱃구레 같은 달달한 맛으로

이미 저만치 사라진 슬픔과

가까이 자리 잡은 고독을 양념하여

오글보글 끓여 내면

투박한 기명器皿에 담아도

제 맛을 제대로 아는

오, 장醬이여, 너를 읽는다

네 몸을 읽는다  

                 - 시선집『비타민 詩』(2008, 우리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