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평론·시감상

<시> 타작打作

洪 海 里 2010. 11. 20. 11:43

 

타작打作

 

洪 海 里

 

엊저녁에는 밤새도록 깨를 털었다

깻단을 두드리지 않아도

깨가 투두둑투두둑 쏟아져 내렸다

흰깨 검은깨

볶지 않아도 고소한 냄새

방안에 진동했다

날이 희붐하게 새었을 때

머리맡에 놓인 멍석에는

깨알 같은 글씨로

시의 씨앗들이 수북이 쌓여 있었다

이런 날 밤이면

하늘에는 갓밝이까지 잔치가 벌어지고

별들이 마구 뛰어내렸다

아침이 되자

깨가 쏟아질까 쏟아질까

키를 들고 시를 까부르고 있었다

까불까불.

          - 시집『비밀』(2010. 우리글)

 

 

* 시는 짜내는 것이 아니라 자연스럽게 깨를 털 듯 시의 씨앗들이 쌓여야 한다는 것을

시인은 말하고 싶은 것이다.

알면서도 쉽게 시의 씨앗을 털지 못하는 시인들에게 한마디 한 것이다.

까불까불 우리는 시를 털어야 한다.  (『시산맥』2010. 겨울호)

                                                                                    - 석여공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