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작打作
洪 海 里
엊저녁에는 밤새도록 깨를 털었다
깻단을 두드리지 않아도
깨가 투두둑투두둑 쏟아져 내렸다
흰깨 검은깨
볶지 않아도 고소한 냄새
방안에 진동했다
날이 희붐하게 새었을 때
머리맡에 놓인 멍석에는
깨알 같은 글씨로
시의 씨앗들이 수북이 쌓여 있었다
이런 날 밤이면
하늘에는 갓밝이까지 잔치가 벌어지고
별들이 마구 뛰어내렸다
아침이 되자
깨가 쏟아질까 쏟아질까
키를 들고 시詩를 까부르고 있었다
까불까불.
- 시집『비밀』(2010. 우리글)
* 시는 짜내는 것이 아니라 자연스럽게 깨를 털 듯 시의 씨앗들이 쌓여야 한다는 것을
시인은 말하고 싶은 것이다.
알면서도 쉽게 시의 씨앗을 털지 못하는 시인들에게 한마디 한 것이다.
까불까불 우리는 시를 털어야 한다. (『시산맥』2010. 겨울호)
- 석여공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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