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화 및 영상詩

제주난대전과 洪海里 시인의 愛蘭詩

洪 海 里 2011. 3. 28. 04:41

 

지난주 토~일요일 양일간에 걸쳐 제주학생문화원에서는 

제8회 제주난대전이 열렸다. 이 전시회는 (사)제주난문화연합회와,

한국난산업총연합회가 공동 주최하고 (사)한국난문화협회가 후원했다.


한국난의 우수한 품종을 발굴 계통을 정립시키고

전시회를 통하여 명품난 배양 정보의 교류와 지속적인 증식 및

확대 보급하는 한편, 난 애호가들의 친교의 장을 마련하고 건전한

난문화 창달에 기여할 목적으로 갖는 전시회다.


기화소심, 태극선, 중투화, 선광화, 지존, 일출, 홍화소심,

산반중투, 호피, 단엽, 복륜화 등 눈이 황홀할 정도의 난들이

어디 두었다 내놓았는지 잘도 모았다. 그 중 7분을 골라

홍해리(洪海里) 시인의 시집『애란愛蘭』의 시와 함께 싣는다.



 

다짐

 - 애란愛蘭

 

적당히 게으르게

살자

하면서도


네 앞에 오면

그게 아니고


조금은 무심하게

살자

하면서도


네 앞에 서면

그게 아니고



 

연지비익連枝比翼

  - 애란愛蘭

 

난을 사랑한다 함은

우주를 품어 안음이니,


바위 깊이 수정 지주를 세우고

지상에 녹색 보석 궁전을 지어

반야의 길을 찾아 천리길을 나서네

푸른 잎술에서 나는 향그런 풍경소리

깊숙이서 차오르는 영혼의 노래

기다리다 기다리다

그리움에 목이 젖으면

떼기러기 띄우고 해와 달 엮어

기인 목 뽑아 눈물 같은 향 피우네

천지간에 사무치는 한넋으로

돌아보는 세상은

늘 저만치 비켜서 있고

차가운 불길 가슴을 태워,


그리고 그리는

연지비익連枝比翼*이여!


---

* 連枝는 서로 다른 나무의 가지가 맞닿아 결이 통하여

하나가 된 나무를 뜻하고, 比翼이란 날개를 하나만

가지고 있어서 두 마리가 반드시 짝을 이루어야 날 수 있는

상상의 새를 가리키는 말로 연지비익이란 남녀가 정을

맺어 헤어질 수 없는 관계를 비유함. 연리지, 비익조.



 

잉태

 - 애란愛蘭

 

뜨겁게 육신을 태워

소신공양을 하듯

온몸이 비틀리고

정신이 혼미해져

자궁 속에

보이지 않는 햇빛의 불타는 손길이

점지하는

수많은 날의 입덧과

아픈 속살의 아찔함으로

그대 가슴에

등 하나 밝히기 위하여

한여름과 가을과 한파를 꿈으로 달려

이제 춘삼월 복사꽃 하늘

찬란하고 눈부신 꽃등 하나

그대 앞에 올리려

나 이제 쇠잔한 몸으로

혼절하며 혼절하며

다 벗고 그대 앞에 서네.



 

첫사랑

 - 애란愛蘭

 

그것은

영혼의 전령


낯설고 낯선 막막한 나라

까닭 없는 갈증


새들의 노랫소리도

황홀한 모닥불이었다


또 하나의 외로웠던 민마음

눈부시게  빛을 뿜고


가슴은 쿵쿵 울리는 미답의 동굴

동굴 속에 불이 타오르고 있었다


두근거리는 파도가

동굴을 향해 끝없이 밀려오고


캄캄한 절벽 앞에

눈이 멀어


마음 베인 반벙어리

귀먹은 장승이 되어버렸다


노오란

현기증!



 

낮은 자리

 - 애란愛蘭

 

나에겐

오직

너뿐


너는 평화

너는 안정

너는 이상

너는 휴식

너는 사랑


영혼의 사리 같은

보드랍고

향그런

보석


무슨 말이 필요하랴

가슴 여미고

두 손 모두어

네 앞에 서면


영롱한

초록빛

꿈.

 

* 김창집 님의 블로그 http://blog.daum.net/jib17에서 옮김. - 시집『愛蘭』(1998. 우이동사람들)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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