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새
洪 海 里
한평생 나는 아내의 새장이었다
아내는 조롱 속에서 평생을 노래했다
아니, 울었다
깃털은 윤기를 잃고 하나 둘 빠져나갔다
삭신은 늘 쑤시고
아파 울음꽃을 피운다
이제 새장도 낡아 삐그덕대는 사립이
그냥, 열린다
아내는 창공으로 날아갈 힘이 부친다
기력이 쇠잔한 새는
조롱조롱 새장 안을 서성일 따름
붉게 지는 노을을 울고 있다
담방담방 물 위를 뛰어가는 돌처럼
온몸으로 물수제비뜨듯
신선한 아침을 노래하던 새는
겨울밤 깊은 잠을 비단실로 깁고 있다
노래도 재우고
울음도 잠재울
서서한 눈발이 한 生을 휘갑치고 있다.
- 시집『독종』(2012, 북인)
-《영원한 친구들》(2012.12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