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독종毒種』2012

<시> 말의 탑

洪 海 里 2011. 5. 18. 04:31

 

말의 탑

  

洪 海 里

 

 

입이 감옥이다

늘 탈출을 시도하는 푸른 말 떼가 갇혀 있다

혀에는 반들반들한 말들이 살고 있다

입을 열 때마다

수천수만 마리의 말발굽 소리 지축을 흔들고 있다

배추엉덩이 같은 말

한뼘치마를 입은 말

홀라당 벗은 알몸의 젖꼭지가 연분홍 꽃빛으로 속삭이는 말

말 한 필 잘못 팔아먹으면

손이 발이 되도록 빌어도 싸다고

말 한마디에 천 냥 빚도 갚는다고

소문은 헛소문이 화려하고 아름답다고 한다

거짓말은 왜 새까맣든가 새빨간 것인가

입술이 빨갛게 불타오르고 있어서일까

잎사귀에도 귀가 있어 이파리마다

바람이 불면 들은 말들을 다 뱉어내지만

너무나 많은 말들이 엉켜 있어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다

허구한 날 강술을 깡술로 마시면서

말고기 자반이 되어

쌓아 놓는 말의 탑은 금방 무너지기 마련이지

무소부지無所不至의 말에도 귀가 있어 말귀라 이르니

말꼬리를 흐리는 것이 좋은가 잡는 것이 더 나은가

말똥대는 눈빛이 폭발 직전의 폭탄이다

감옥 탑 꼭대기에 백기를 내걸어야 할 것인가.

 

 

* 말고기 자반 : '술에 취하여 얼굴이 불그레한 사람'을 조롱하여 이르는 말

 

- 시집『독종』(2012, 북인)

 

 

* 백작약 : http://blog.daum.net/jib17에서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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